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만에 14억 2000만 달러( 1조4181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승인했다. 그동안 지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취한 점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달라진 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미 의회에 지난 29일 대만에 레이더, 미사일, 어뢰 등 7건의 무기 판매안을 전달했다. WSJ는 미국 고위관리 말을 인용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존 시스템을 전환하고 기존 방어력을 한층 강화시키기 위한 무기라고 전했다. 미 의회는 이번 무기 수출 건에 대해 30일 안에 승인, 거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의 이같은 결정은 대만과 갈등을 가져온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다. 같은 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화시켰다. 개정안에는 대만 남서부의 가오슝 등 다른 항구에 항공모함 등 미 함정의 입항을 승인하고 대만의 잠수함 기뢰 능력을 강화하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후 미 해군 함정이 대만에 정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이란 정책을 인정하고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저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히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와 전화통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대만 수출건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변화는 없다"며 "대만이 충분히 자기 방어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일 뿐이다"고 말했다. 중국은 1년 반만에 대만의 무기 판매에 대해 반발했다. 루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엄중한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대만에 무기 판매를 허용했었다.
일각에선 이번 대만 무기 수출 건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란 얘기도 나왔다. 연초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전화통화로 대만 차이이원 총통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전달하며 중국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 남중국해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노골적으로 동남아 국가를 지지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최대규모의 항공모함인 이즈모는 7월 중순 인도양에서 열리는 미국 인도 일본 해상 연합 훈련 '말라블'에 참여한다. 또한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을 벌인 동남아 국가와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하며 노골적으로 중국 항공모함에 대항하고 동남아 함대와 결탁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