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정 기자 = 러에코(LeEco)를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에서 중국 대표 IT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주목받았던 자웨팅(賈躍亭) 창업자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 몰락을 초래했다.
러에코의 전신으로 핵심 동영상 콘텐츠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자회사,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러스왕(樂視網·러스동영상)은 6일 저녁(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자웨팅이 러스왕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직을 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소식이다.
회장직 뿐 아니라 이사회 임명위원회, 심사위원회 위원은 물론 전략위원회 주임위원, 급여 및 평가위원회 관련 직책에서도 모두 물러난다. 앞으로 러스왕과 관련한 어떤 업무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위기의 원흉으로 꼽히는 전기 자동차 사업부에는 남을 예정이라고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가 7일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러에코의 뿌리이자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핵심사업과 창업자를 완전히 분리한 것으로 우량자산 보호를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룽촹부동산의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부채 리스크가 자 창업자의 발목을 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6일 초상은행 상하이 촨베이(川北) 지점은 상하이고급인민법원에 자산보호를 신청하고 러에코 3개 계열사와 자웨팅 부부가 보유한 12억3700만 위안 상당 자산 압류를 요청했다. 대출금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이후 러에코는 자웨팅과 러에코가 보유한 러스왕 지분 5억1900만주가 동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주식의 26.03%에 달하는 양이다.
러에코 이사회는 "자웨팅 창업자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라 늘어난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고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 창립자는 6일 오전(현지시간) 공개서신을 통해 "러에코는 큰 위기를 맞았고 내가 러에코의 직원, 고객, 이용자, 투자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러에코의 집행이사이자 최대주주로 남아있겠지만 상장사인 러스왕의 CEO, 회장 등 주요 직책에서 모두 물러나고 러에코 자동차 사업부의 성공과 'FF 91'의 빠른 출시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FF 91는 '테슬러 킬러'로 불리는 러에코의 첫 양산형 SUV 전기차다.
러스왕은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회장을 선출하고 이사회도 5명의 등기 이사와 3명의 비등기이사로 구성해 총 8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러에코의 거액을 투자한 룽촹부동산의 쑨훙빈(孫宏斌) 회장, 량쥔(梁軍) 러스왕 신임 CEO, 장사오(張昭) 러스픽처스 CEO를 등기이사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유로 오는 18일부터 3개월간 주식거래 일시중단도 신청했다.
중국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공 신화를 일으켰던 러에코의 향후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증권망(中國證券網)은 상당수의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러스왕은 물론 러에코가 당분간 엄청난 채무상환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며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6일 전했다.
자웨팅은 지난 2004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러스왕을 창업했다. 시장 반응이 뜨겁자 영화, 음악, 스포츠 등 자체 콘텐츠 제작 및 확보에 공을 들였고 스마트TV 제조까지 나섰다. 이후 스마트폰 등 단말기 제작업체인 쿨패드의 지분 18%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였고 스마트 자동차로 세력권을 확장했다. 러스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포부로 사명을 러에코를 바꿨지만 미국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무리한 투자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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