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김지윤 기자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최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7일 SK텔레콤 보유주식 1067주를 전량 장내매도했다. 최 회장은 이날 종가기준 약 2억7000만원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일에도 SK하이닉스 주식(1만1000주, 7억3000만원)을 전량 매도했고, 지난달 8일에는 SKC 주식(59만4543주, 185억원)을 전량 매도했다.
이로써 최 회장이 SK그룹 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SK㈜ 5000주와 SK케미칼 1만1700만주, SK텔레시스 276만주로 쪼그라들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회장의 연이은 SK계열사 주식 매각에 대해 “어떤 의도인지는 최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최 회장이 확보한 자금은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매도해 손에 쥔 자금으로 SK네트웍스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이사회를 통해 경영 복귀 사실이 알려진 이후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만5000주를 시작으로 최 회장은 이날 기준 총 18번에 걸쳐 총 43만7772주를 매수했다. 즉 한 달에 한 번 꼴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그 사이 최 회장의 지분은 113만7450주에서 157만5222주로 늘었고 지분율도 0.46%에서 0.63%로 0.17%포인트 증가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 회장이 이번에 처분한 계열사 지분 가치만 따져보면 SK네트웍스 주식을 크게 늘릴 수는 없는 수준”이라며 “최 회장의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은 책임경영이라는 측면과 그의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도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19년만에 복귀한 뒤 회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의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네트웍스로 복귀한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마케팅, 정보통신, 상사, 패션, 호텔, 렌터카 등 다양한 사업 부문 중에서 ‘카라이프’를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하고 패션사업부를 현대백화점그룹에 3300억원에 매각한 것도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또 지난 3월에는 SK가스에 LPG 충전사업과 충전소 유형자산을 3102억원에 양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SK네트웍스를 독립경영 체제로 가기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은 현재 최태원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을 맡고 있다. 사촌지간인 최신원·창원 형제는 각각 SK네트웍스와 SK케미칼을 경영하고 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사촌 형제간 각자 맡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SK케미칼은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을 17%나 쥐고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며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지분은 0.6%에 불과해 당장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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