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지는 법조계 性추문… 도덕성 '도마 위'

조득균 기자 = 법조인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을 지녀야 할 법조인의 성추문이 1년이 멀다 하고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접대나 성추문 등에 연루된 판·검사는 16명(판사 7명·검사 9명)이다.

최근에도 서울지역 법원의 한 남성 판사가 자신이 진행하는 형사 재판에 참여한 여성 검사를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말 A 판사는 일을 그만두게 된 직원을 환송하는 저녁 회식 자리에 참여했다. 회식 자리에는 그 직원과 친분이 있던 공판 담당 여검사 B씨도 함께 했다.

B 검사는 다음 날, 술에 취한 A 판사가 부적절하게 신체 접촉을 했다며 소속 검찰청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소속 법원에 성추행 신고 사실이 통보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A 판사는 퀵서비스를 이용해 B 검사에게 황급히 사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 검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조사한 뒤 판사가 속한 법원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대법원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해당 판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판사들끼리 또는 검사들끼리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적은 있었지만, 판사가 자신의 재판에 관여한 검사를 성추행한 사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관 윤리강령에서는 재판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사가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을 법정 밖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검사를 사적으로 만나면 해당 재판의 유무죄 판단이 편파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지검장이 심야에 한 분식점 앞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2012년에는 실무수습을 위해 파견된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 및 유사 성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성추문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이러한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며, 전체 판사 중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법원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품위유지를 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가 논란을 일으킨 격"라며 "이 때문에 국민이 법원을 불신하게 되고, 기관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법원과 검찰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인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탄식과 함께 다른 공직자보다 더 높은 윤리 의식 및 도덕적 기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회가 판사와 검사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같은 법조인으로서 잊을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모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같은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와 검사가 같이 회식한다 하면 누구나 다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춰야 이 같은 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