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대선 잠정 개표결과를 두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졌다고 가디언과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10년 전 대선 후 종족분쟁으로 1,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의 반발은 선거에서 패배가 확실시 되는 야당연합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9일(현지시간)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과 자료가 해킹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시작됐다.
하루 전 실시된 대선에서 개표가 약 96% 완료된 가운데 키쿠유족 출신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득표율 54.4%를 얻어 44.8%를 득표한 루오족 출신의 야권 후보 라일라 오딩가를 제치고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해킹으로 인한 시스템 에러로 케냐타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올해 4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 당했다는 근거로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50페이지 분량의 컴퓨터 로그 기록을 게재했다. 이어 그는 지난주 선관위의 IT 책임자가 나이로비 외곽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것도 해킹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에 따르면 에즈라 칠로바 케냐 선거관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거 관리 시스템은 철저하다"며 "투표 기간은 물론 전후에도 선거 시스템에 대한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가디언에 따르면 비정부 기관인 케냐 인권관리위원회는 선관위가 발표한 잠정 투표 결과와 투표소에서의 서류 양식과 불일치 된 부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케냐 당국은 며칠 안에 선거 결과를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선거 후 긴장이 감돌면서 여러 지역에서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수백 명 규모의 일부 시위대를 제외하면 썰렁했다고 외신들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 나이로비 빈민가인 마다레 지역에서는 오딩가 지지자들이 타이어를 태우고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에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던지면서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마체테를 휘두르며 공격해왔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에 참여한 25살 목수 케빈 오디암보는 가디언에 “그들이 우리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알고 그들은 우리를 결코 죽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디언은 현지 주민들이 모두 시위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시위대를 “골칫덩이”로 불렀다고 전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도 오딩가 후보는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복한 바 있다. 이후 루오족과 키쿠유족 간 갈등이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6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국제사회의 중재로 케냐 정부가 오딩가를 총리로 임명하면서 간신히 사태가 진정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케냐에 충돌 자제를 촉구했다. 아프리카와 유럽 9개국으로 구성된 국제 선거 참관인 연합은 공동 성명을 통해 당과 지지자들에게 침착할 것을 촉구하면서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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