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통·식품업계에 또 한 번 비상에 걸렸다. 유럽에서 시작된 ‘E형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식품업체들은 유럽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한 햄·베이컨 등 가공육의 판매와 생산을 일제히 중단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유럽에서 E형간염 소시지 논란을 빚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산(産) 원료로 만든 가공육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대상의 ‘청정원’ 참나무로 훈연한 베이컨과 슬라이스 햄, ‘초이스엘’ 베이컨 3개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이마트도 청정원 참나무로 훈연한 베이컨과 ‘피코크’ 스모크 통베이컨 등 2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피코크 베이컨의 경우 비가열식 제품은 아니지만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고급 가공육 제품을 취급하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도 유럽산 제품을 식품매장에서 모두 뺐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산 제품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고려해 스페인산 하몽과 살라미, 베이컨 등의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가공육 제품에 쓰인 돼지고기의 실제 원산지는 소비자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식품법상 원산지 수입국 표기는 세 곳까지, 1년간 유지된다. 베이컨 제품에 표기된 원산지가 네덜란드‧미국‧스페인이더라도, 미국산 돼지고기만 사용됐을 수도 있다. 때문에 대형마트도 일부 제품만 판매를 중지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모든 베이컨 제품에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판매 중단 제품이 없다. 롯데푸드도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청정원 일부 제품 생산을 잠정 중단한 대상은 향후 원재료 수급처를 모두 바꿔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소비자 불신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에서 수입된 돼지고기가 포함된 모든 비가열 식육 가공품과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기로 했다. 수거 제품은 유통·판매를 잠정 중단시킬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는 E형간염 실태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내 E형간염 현황과 감염경로, 위험도 평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형간염은 E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생기는 급성간염이다.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사슴 등 육류를 덜 익혀 먹어 걸린다. 우리나라에선 연간 100여명이 E형간염 환자로 진단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육류를 충분히 익혀 먹고, 30초 이상 손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E형 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에서 2분만 가열하면 죽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산 돼지고기가 포함된 소시지 등 식육 가공제품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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