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사들이 정부부처간 이견으로 중단 위기에 처한 인천 앞바다의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집단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 나는 바닷모래는 강남 재건축 현장 등에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주요 원료로, 미포함될 경우 건물 뼈대가 취약해져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바닷모래 없으면 건축 현장 곳곳 붕괴 위험"
30일 한 대형 레미콘사 고위 관계자는 "인천 옹진군 바닷모래 채취 허가 기간이 이달 말이면 만료되는데, 정부는 이를 어디서 수급해야 할 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바닷모래는 미분(가루)이 없어서 콘크리트 강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량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베트남 등지에서 조달하면 단가가 4배 가까이 뛰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강 모래나 부순 모래는 바닷모래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콘크리트에 바닷모래 함유량이 미달된 것으로 가정하고 자체 실험한 결과, 5층 이상 건물일 경우 하중을 못 견디고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해에서 채취되는 바닷모래는 연간 1000~1500만㎥으로, 이는 수도권 지역 건설사가 매년 사용하는 4000만㎥의 4분의 1 이상에 달하고 있다. 워낙 비중이 큰 탓에 수입에 의존하면 관련 업체들의 운송비 및 원가 증대에 따른 비용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선 수급이 어려운 바닷모래 대신 불량 골재를 납품하다 대규모로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 등 수도권 건설 현장에 납품되는 바닷모래의 채취 작업이 이뤄지는 인천 옹진군 굴업도 인근과 서해 EEZ 두 곳은 각각 이달 말, 올해 말에 허가 만료를 앞두고 있다. 1만t 규모의 바지선 50척은 이미 멈춰 섰다.
◆해양수산부, 구체적 논거 없이 반대
이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해수부)가 바닷모래 채취 혀가 연장을 반대하는 영향이 크다. 해수부는 어족자원 고갈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조사나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국회 해양수산위 안상수(자유한국당·인천 옹진군) 의원실 관계자는 "허가권자인 해수부가 채취 허가 기간 만료까지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바닷모래 채취업체는 작업장 허가를 받기 전 환경영향 평가를 통과하고, 사업 기간 동안 매해 해양환경영향 보고를 해야 한다. 철수한 이후에도 3년 동안 모니터링은 필수다. 모두 법에서 못 박고 있는 의무 사항이다.
보고서에는 해양생물 종류 및 수, 어획량, 플랑크톤 수, 수온, 해양퇴적물 양 등이 월별, 계절별로 상세히 기록된다.
이런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업체 등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는 일찌감치 허가기간 연장에 찬성해 왔다.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고, 생태계 파괴와의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부처가 엇박자를 내는 사이 바닷모래 채취 문제는 '골재 파동'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태안군 등에서는 채취가 중단됐다. 개발이 한창인 남해 및 제주도 지역에서는 웃돈을 얹어 서해 바닷모래를 끌어다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레미콘 업계는 정부가 국민 안전과 건설 등 내수경기 위축을 감안하지 않고 바닷모래 채취를 끝내 거부한다면, 건설사 및 골재협회 등과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천 지역에는 삼표, 유진, 아주 등 대형 레미콘사들이 들어서 있다.
이에 대해 한 중소 레미콘사 관계자는 "현재 바닷모래 재고량이 1일치밖에 남아 있지 않아 큰 문제다"며 "정부는 업계의 얘기에는 귀를 닫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직·간접 인력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을 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재료 단가가 비싸지면 아무래도 평판에 신경쓰는 메이저 업체보다는 영세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법 골재의 유혹에 빠질 공산이 크다"며 "정부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바닷모래 수급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납득할 만한 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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