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감히 후퇴할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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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철 세라젬 대표
입력 2017-09-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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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철 세라젬 대표(법학박사)

 

“승산 없는 전쟁은 하지 마라.“, ”무리한 전쟁은 피하는 것이 철칙” ‘뭐야,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철수를 선택하는 결단력 있는 용기’이다. 

리더는 조직을 이끌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리더가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고,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조직 성패가 달라짐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리더에게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이것은 중국 병법서가 공통으로 들고 있는 큰 주제이며, 그중 하나가 ‘용(勇)’이라고 하는 조건이다. 용은 용기 또는 결단력을 말한다.

리더가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리더 자질면에서 실격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기(史記)에는 ’판단해야 하는데 판단하지 않으면, 역으로 그 혼란을 받게 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결단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앞으로 ’전진의 결단’, 뒤로 ‘후퇴의 결단’이다. 흔히 앞으로만 전진하는 것을 용(勇)이라고 오해하는데, 여기서 중시하는 것은 후퇴의 결단력이다. 손자는 ’승산이 많은 쪽은 실전(實戰)에서도 승리하지만, 승산이 적은 쪽은 실전에서도 패배한다. 하물며 승산이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라고 했다.

승산이 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철수해 전력을 온전하게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변변한 승산도 없으면서 남이 가니까 전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흥하고 망하는 것을 하늘에 맡기는 싸움은 우매한 전쟁 전략이라는 게 손자의 인식이다.

1995년 일본 다이와은행 뉴욕지점에서 970억엔(약 1조180억원)의 손실이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12년에 걸쳐 발생한 이 손실에 대해 당사자인 트레이더 이구치 도시히데는 자서전에서 한번 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손실을 더 크게 만든 과정을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동시에 이런 지적을 했다. “큰 손실이 예측되면 현재 손실을 우려하기보다 빠르게 그 상황에서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이구치 본인은 이것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손실은 팽창돼 그는 4년 실형 판결을 받았고, 다와이은행은 미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반대로 ‘손절매’를 활용해 멋진 성공을 한 경우도 있다. 주인공은 히구치 히로타로 아사히맥주 사장이다. 이직 전 스키토모은행 국제업무 부장이었던 그가 은행에서 탁월한 성적을 남긴 원동력이 바로 손절매다. 아사히맥주에서도 훌륭한 손절매 응용기술을 활용해 경쟁사 기린맥주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대역전극을 쓴다.

손절매나 단기결전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여유를 남기기 위한 노하우다. 수렁에 빠져 부활할 수 없기 전에 재빨리 나오는 것도 기술이지 않을까. CEO에게 만반의 작전 계획을 세워 앞으로 나가는 정신이 으뜸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골든타임에 후퇴의 결단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재차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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