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불가론’ 전선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정당이 14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자질을 문제 삼으며 ‘비토 동맹’에 편입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 책임론을 제기한 여권을 향해 ‘땡깡 발언’ 등에 대한 사과와 ‘김명수 임명동의안’ 처리 협상을 연계하는 조건부 표결론을 꺼내 들었다. 김이수 낙마로 기세등등한 야 3당이 ‘김명수 불가론’에 힘을 보탠 셈이다.
특히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거취를 놓고 고심에 돌입한 청와대의 선택에 따라 정국 방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큰 만큼, 안갯속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청은 이날 갈등 확전 자제 모양새를 취했지만, 헌정 사상 첫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와 정부 들어 인사 표결 첫 패배, 청와대와 민주당의 갈등 표면화의 신호탄이 겹치면서 혼돈의 정국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2의 김이수 사태 터지나··· “民, 정신 나간 정당”
‘김이수 부결’에서 촉발한 여야 대치전선은 ‘김명수 임명동의안’으로 전선을 옮겼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은 근육 자랑하지 말고 국민 기대에 부합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야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를 ‘사법 코드화’의 정점으로 지목했다.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문제 삼으며 좌편향 문제를 건드린 셈이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는 87년 체제 이후에도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 등 제5공화국 사법부 수뇌부가 유임되면서 촉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더는 집착해선 안 된다”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동시에 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당·청 갈등을 고리로 갈라치기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의 ‘박성진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언급하며 “여당마저 청와대 인사에 반기를 들었다”고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투톱인 ‘추미애 대표·우원식 원내대표’의 사과 없이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며 대여 압박에 나섰다. 앞서 추 대표는 ‘김이수 부결’ 직후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을 놓는 집단, 더 이상 형제의 당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추 대표를 겨냥, “정신 나간 정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간 철저한 검증 등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던 바른정당도 ‘김명수 비토’ 동맹에 합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거론하며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에 나섰지만, 야권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D데이 ‘18일이냐, 28일이냐’··· 與野政협의체 어디로
향후 정국의 두 분기점은 오는 18일과 28일이다. 전자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순방에 오르는 날, 후자는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날이다. 김 후보자 인준안 표류의 핵심축인 박 후보자 거취 문제는 이 가운데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는 오는 24일이다.
이달 말까지 박 후보자 문제를 끌고 갈 경우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출범 직후에도 청와대 인사권을 놓고 당·청 갈등 정황이 포착됐으나, 공개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은 정부의 잇따른 인사 참사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인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으로 화살을 옮기는 모양새다. 국회가 던진 공을 떠안은 청와대가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할 경우 ‘제2의 김이수’ 사태가 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121석)·정의당(6석)·친여 성향 무소속(1석)의 합은 과반에 못 미치는 128석이다. 야 3당은 한국당(107석)·국민의당(40석)·바른정당(20석) 등 167석이다. ‘제2의 김이수’ 사태가 발발한다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험로가 불가피하다. 정부의 ‘핀셋 증세’와 부동산 입법안, 탈원전, 권력기관 개혁안 등 우선 처리대상 법안 117건도 먹구름 신세로 전락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관건은 박 후보자의 거취”라며 “당·청이 이 문제부터 풀지 않으면 ‘김명수 임명동의안’ 처리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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