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이용 고객 대부분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영세 자영업자다. 경기 악화에 따른 충격에 취약하다. 또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대출 금리가 대폭 상승할 수 있어 상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이 자영업자 대출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올 상반기 기준 8조655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8772억원) 대비 1조7778억원(25.85%)이나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는 빨라지는 추세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줄곧 침체기를 겪다가 2015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749억원, 2016년 상반기에는 1조2748억원, 2017년 상반기에는 1조7778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개인 사업자 대출은 금액 규모로 보면 타업권 대비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증가폭이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이처럼 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올해 3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13조424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조3948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8172억원)의 2배 규모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치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26조9167억원으로 2조3342억원(9.5%) 늘었다. 신협은 12조3337억원으로 3조3669억원(37.5%) 급증했고, 상호금융도 46조1033억원으로 8조1503억원(21.5%)이나 늘었다.
아울러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자 기업대출을 늘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나 법인 대출은 LTV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대출 금액에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다수 저축은행은 올 초부터 기업대출에 적극 나섰다. 개인 신용대출에 집중했던 JT친애저축은행은 지점을 통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기업대출 부서를 신설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사업자 전용 비대면 대출 '그날대출'을 출시하고 적극 판매에 나섰다. 또 일부 저축은행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금융거래가 많은 지역으로 지점을 재배치하는 등 오프라인 영업 강화에 나섰다.
문제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제2금융권을 많이 찾다 보니 금리 상승과 같은 충격에 약한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다수 저축은행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자영업자 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객 대부분이 자금 사정이 열악한 영세 자영업자가 대다수여서 향후 경기 악화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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