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명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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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남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입력 2017-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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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광남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사진= 예금보험공사 제공]


안정이라는 동전의 앞면은 평화, 삶의 여유로움, 이런 것이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평화를 떠받치기 위한 철저한 대비와 사회적 비용, 노력 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지금은 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몇 차례 큰 혼란을 겪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표현되는 미증유의 소용돌이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서만 1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의 투여를 야기했다. 또 금반지를 뽑아서라도 국가채무를 갚으려는 국민들의 피와 땀도 필요로 했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계속된 대규모 저축은행 부실사태 과정에서는 많은 서민들이 혹시 내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새벽부터 추운 길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은행문이 열리기를 뜬눈으로 지새우는 안타까운 모습을 현장에서 목도하기도 했다. 이때도 27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됐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고 금융안정을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금융회사가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의 도산은 단지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별 국민과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로부터 평소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꾸준히 적립해 나가고 있다. 금융회사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을 지급하고 금융회사의 부실을 신속히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예금보험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금융권을 중심으로 예금보험료가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성원들이 여러 비용들을 줄이고자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든 우리 회사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금융안정이 주는 평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철저한 대비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IMF 금융위기 시 은행·보험·증권·종금·저축은행 등 모든 업권에 걸쳐 11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느 업권도 이를 모두 상환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향후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적립하고 있는 전체 예금보험기금의 규모는 2016년 말 기준으로 11조8000억원 수준이다.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적립된 기금이 20년 전 IMF 금융위기 시 투입된 자금 규모의 10분의1가량이고, 그간 금융산업 규모의 성장을 감안한다면 그 누구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금을 쌓아가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예금보험공사는 2009년부터 목표기금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예금보험기금이 일정 손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적립목표를 설정하고, 기금의 적립수준이 이에 도달하면 예금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10년 전에 정부뿐 아니라 각 금융업권도 참여했던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수차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제도를 설계한 것으로, 과도한 기금 적립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 시인 바이런은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다'라는 말을 했다. 역사는 반복돼 왔고 위기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닥쳐올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것이 금융안정을 지켜나갈 최선의 방책임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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