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야기] 여걸 '둥밍주'의 세계 1위 에어컨업체, 거리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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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7-10-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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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위 에어컨제조업체 거리전기, 로봇, 친환경 사업 잇따라 투자

  • 주춤했던 둥 회장의 거리전기, 혁신과 기술력으로 다시 살아날까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신화사]



중국을 대표하는 ‘여걸’ 둥밍주(蕫明株) 회장이 이끄는 세계 1위의 에어컨제조업체 거리(格力)전기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거리는 8월 들어 두 차례나 허난성에 투자하며 로봇과 친환경자동차 생산을 위한 기반닦기에 속도를 올렸다. 150억 위안을 뤄양(洛陽)산업단지 내 친환경자동차 사업에 투자하더니 14일에는 로봇생산을 위해 추가로 150억 위안을 투자했다고 증권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이번 투자로 중위안(中原)스마트제조 산업연구원을 세우고 이를 통해 3~5년 내 로봇, 스마트선반, 정밀모듈, 소형 가전제품 시장에서 전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자주개발·자주브랜드·자주설비·자주집성’의 산업기지를 키워낸다는 포부다. 

중국의 ‘중국제조2025’, ‘인터넷플러스(+)’ 등 산업 선진화 전략에 발 맞춰 중국 제조업 공룡, 거리도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샤오미와의 맞대결에 지나치게 집중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성급하게 스마트 자동차 사업에 눈길을 주면서 흔들렸던 둥 회장이 다시 성공가도를 걸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에어컨은 모든 가정과 회사, 상점에 반드시 있어야 할 주요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 에어컨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 LG가 한 때 기세를 잡았던 에어컨 시장에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굳건하게 왕좌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바로 거리전기다.

1991년 중국 광둥성 주하이(朱海)에 뿌리를 내린 거리는 직원 20명, 연간 생산량 2만대의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커지는 에어컨 시장 속에서 ‘낮은 가격’이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전략으로 5년 만에 선전증권거래소에 안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2012년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왕좌를 내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중국 국내에서도 5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 시장 점유율 18.1%로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와 올해 포춘지 선정 ‘중국 500대 기업’ 순위에서 58위, 63위에 올랐다. 지난해 거리는 총 1083억300만 위안의 영업수익을 벌어들였다. 선강퉁(선전·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 투자자의 자금이 쏠리는 기대주이자 우량주이기도 하다.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특허 확보량을 늘리고 기술력으로 세계 각국 시장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부품은 물론 특허기술을 활용한 에어컨으로 전세계 16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에어컨을 판매하고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국가지식재산권국이 발표한 ‘2017 중국 발명특허 순위’에 따르면 거리는 3299건의 발명특허를 출원하고 871건의 발명특허를 확보해 전국 7위에 올랐다. 해당 순위가 발표된 후 처음으로 가전업체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거리의 총 특허 출원량은 2만7487건, 발명특허 출원량은 1만975건에 달했다. 획득한 특허는 1만5862건, 발명특허는 1852건이다. 에어컨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확보한 기업이 바로 거리다.

최근에는 최근 경쟁업체인 메이디(美的)와 5000만 위안이라는 거액의 특허분쟁으로 주목받았다. 거리는 메이디가 자신의 특허기술을 허락없이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는데 이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거리전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유명인사가 바로 둥 회장이다. 2013년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과 5년 내 샤오미가 거리 매출을 넘을 수 있을지를 두고 10억 위안의 내기를 하며 자신감을 보였던 여걸로 중국 최고의 여성 경영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포브스차이나가 올 초 발표한 ‘2017 영향력있는 100명의 여성 기업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둥 회장은 거리전기의 성공신화를 이룬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4년생인 둥 회장은 거리전기 설립 초반 말단 사원으로 거리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적이고 탁월한 영업수완을 인정받았고 능력만으로 팀장, 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그룹 회장까지 오른 실력파 경영인이다.

제품을 우선 판매하고 대금을 받았던 당시의 관행을 깨고 돈을 주지 않으면 제품도 없다는 정책을 밀어붙였고 대신 판매량을 늘리는 유통업체에 인텐시브 제공,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저가 출혈경쟁이 결국 제조업체의 피와 살을 깎아 먹는다고 생각했던 둥 회장은 가격이 아닌 기술력 확보에 공을 들였고 결국 거리를 세계 1위에 올려놨다. 싱글맘이지만 쉬지 않고 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위기설이 흘러나온다.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을 인수하려 했지만 주주들과 내부적 잡음으로 무산됐다. 이와 함께 거리 실적이 주춤하면서 거리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거리전기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둥 회장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곧 퇴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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