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그 많던 동화책은 노끈에 꽁꽁 묶여 헌책방에 팔려 나갔지만 유년시절을 함께 한 동화 속 주인공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열흘간 주어지는 황금연휴, 가족과 친지를 돌아본 후에도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동화 속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엄마 아빠는 동심의 나라로, 아이는 책의 세계로 빠져드는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이 좋겠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가 추석 연휴에 특색 있는 여행지를 돌아보며 보낼 수 있도록 '도시 재생'이라는 주제로 추천한 열 곳의 여행지이기도 한 이곳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해 보자.
◆인천의 중심지에서 쇠락의 길로...'도시재생' 통해 제2의 전성기
그렇게 일본과 청나라는 항구에서 가까운 중앙동과 선린동 일대에,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구미 외국인은 응봉산에 기댄 송학동과 송월동에 모여 살게 됐다.
각국조계(미국, 영국, 독일, 청, 일본에 의해 형성된 공동지역)에 속해 당시 크게 번성하던 송월동은 이곳에 거주하던 젊은 층이 인천 주변 신도시와 서울 등으로 떠나면서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낡은 건물과 노인만 남은 송월동. 그렇게 잊혀져갈뻔 했던 이곳은 2013년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다시금 활기를 찾게 됐다.
2년 만에 '송월동 동화마을'이라는, 전혀 다른 동네로 재탄생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만나는 세계 명작 동화
동화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꾸며졌다.
동화마을길과 동화마을안길 구석구석으로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바다나라길, 전래동화길 등 11개 테마 길이 마련됐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카페 오즈’가 자리한 도로시길에서 시작한다.
동화마을을 조성할 때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벽화를 그려 ‘도로시 집’으로 불린 이곳은 최근 카페로 리모델링하면서 외관까지 동화 속 궁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카페 오즈에서만 선보이는 짜장빙수는 돌고래 피자와 함께 동화마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로 꼽힌다.
카페 오즈 뿐 아니라 송월동 동화마을은 대부분의 집이나 건물이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졌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전봇대를 콩나무 줄기로 꾸며 《잭과 콩나무》의 한 장면이 연출됐고 3층짜리 영진빌라는 백설 공주가 사는 거대한 성으로 완성돼 눈길을 끈다.
동화 속 캐릭터 인형도 빼놓을 순 없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비롯해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한 나무, 유럽풍 시계탑 앞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골목과 골목을 잇는 짧은 계단과 건물을 떠받치는 옹벽도 동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한 벽화와 재미난 트릭 아트로 채워졌다.
동네 주민이 평소 사용하는 시설을 재활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동화마을길 중간쯤에 자리한 ‘트릭아트스토리’는 송월동 동화마을의 또 다른 명소다.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에는 39가지 트릭 아트 외에도 거울 미로, 블랙 아트 등 흥미로운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다 돌아봤다고 해서 여행을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
지척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들러 공화춘(등록문화재 246호) 건물을 리모델링한 짜장면박물관, 삼국지 벽화거리와 초한지 벽화거리를 감상하고 드라마 〈도깨비〉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한 인천아트플랫폼, 배다리 헌책방 골목 등을 차례로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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