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실천할 자치분권 밑그림이 나왔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권리나 권력의 강력한 지방 분산이 핵심이다. 이는 앞서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핵심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26일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공개된 '자치분권 로드맵'은 5대 분야 30대 추진 과제로 구성돼 있다. 243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수도권 집중, 성장동력 창출 등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응한다는게 그 취지다.
먼저 중앙에 집중됐던 행정권한이 대폭 지자체로 이양된다. 당장 지방자치법상 사무구분 기준의 구속력이 없어(예시규정) 개별 법률에 따라 국가, 시·도, 시·군·구 간 업무가 나눠진데 기인한다.
이에 명확한 사무구분 기준을 마련한다. 예컨대 국가는 전국적 규모‧통일성을, 시‧도와 시‧군‧구는 각각 광역‧종합적 기능과 주민생활 밀접성 등을 중점적으로 따져본다.
법령 제‧개정 시 국가와 지방 간 사무배분 적정성, 행정‧조직‧재정권과 같은 자치권 침해 여부 등의 사전협의제를 마련한다. 중앙의 무분별한 떠넘기기 및 일방적 행‧재정 부담 전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 주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주요 권한을 분야별 패키지로 넘겨준다. 자치단체가 치안‧복지‧정주여건 등 현장단위 종합행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민생치안 중심의 자치경찰 도입에 나선다. 기존의 전국 치안수요에 대응하는 국가경찰과는 차별화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관광‧환경‧산업‧재정 등 핵심 정책결정권을 넘겨줘 주민이 체감하는 자치분권 시범도시를 완성한다. 이외 시·도교육청 및 단위학교에 유아‧초‧중등 교육권한이 주어진다.
다음으로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한다. 복지비 지출 등 지방세출 부담은 매년 급증하는데 반해 국세 대비 지방세입의 규모 및 신장성이 제한돼 살림살이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최종 6대4로 개편한다. 지방소비세·소득세 비중은 늘리고, 15% 비과세‧감면율을 관리한다.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할 때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한다. 증가하는 세수 일부를 자치단체 간 균형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지방의회의 역량을 키워 집행부 견제를 강화한다.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사권 확대, 입법정책 전문인력 지원, 지방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기준인건비 제도 개선으로 정원관리를 자율화한다. 전문공무원 육성을 위해 필수 보직기간 2년을 준수코자 한다.
또 풀뿌리 주민자치를 한층 견고하게 다진다. 자치회 등 주민 대표기구가 마을단위 실질적 협의체로 역할하도록 하고, 현장밀착형 보건·복지 및 방문건강 혜택을 늘리는 등 읍·면·동 행정혁신을 이뤄나간다.
주민투표·주민참여예산 등 직접 참여제도 정비로 실효성을 높인다. 일례로 획일적이고 과도한 주민소환 요건(서명인 수)을 청구권자별로 시·도지사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 15% 이상, 지방의원 20% 이상 등으로 나눈다.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에도 힘쓴다. 가칭 '자치단체 간 연계‧협약제도'를 갖춰 행정구역을 초월해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한다. 특별지방자치단체 등 별도의 법인체를 설립해 도시 네트워크를 제도화한다. 자치단체의 자율통합에 대해서는 행·재정 특례를 적극 반영한다.
이같은 자치분권 추진 기반으로 하는 국회 중심의 헌법 개정에 정부에서도 힘을 보탠다. 지방분권국가 선언, 자치입법권 및 사무처리의 범위 확대, 과세 자주권 보장 등 주요 쟁점들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일반국민, 지자체 등을 통해 상향식 의견수렴을 한 뒤 자치발전위원회 심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연말께 이번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다. 향후 대통령 주재 보고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과제 이행력을 살펴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남 여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한편,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에 나서 내년부터 포괄적인 사무 이양을 위한 '지방이양일괄법'의 단계별 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주민투표 확대, 주민소환 요건 완화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