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공포에 떨게했던 차량 테러가 이번엔 미국을 덮쳤다. 핼러윈데이인 3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3시께 뉴욕 맨해튼에서 흰색 픽업트럭이 허드슨강 강변의 자전거 도로로 돌진해 사이클 행렬을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최소 8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을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에 입국하는 여행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심사'(extreme vetting)를 강화할 것을 국토안전부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취임 뒤 첫 테러…우즈베키스탄 국적 외로운 늑대 소행 가능성
이날 목격자에 따르면 범인은 범행 현장에서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계획된 테러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용의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9세 세이풀로 사이포브(Sayfullo Saipov)로 확인됐으며, 범행을 저지른 뒤 경찰이 쏜 총에 맞고 부상을 당해 현장에서 바로 검거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사이포브가 2010년 미국에 건너왔으며, 미국 영주권(green card)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공범이 없는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 극단주의 운동에 감화를 받은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지만, 외부 테러단체와 연관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사당국은 특히 극단주의 단체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과의 연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범행차량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메모에는 'ISIS의 이름'으로 공격을 한다는 내용이 아랍어로 쓰여 있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특히 사건 현장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 지역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뉴욕시민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사건이 테러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첫 테러 사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뉴욕에서 역겹고 미친 인간이 또 공격한 것 같다"면서 "경찰이 이 건을 자세히 보고 있다"며 굵은 대문자로 "미국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린 트위트에서 "이슬람국가(ISIS)를 중동 등지에서 물리친 뒤 우리나라로 들어오거나 다시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 일상화된 차량 테러…유럽선 도로 방어막 설치도
미국의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는 차량 테러 공격이 전 세계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31일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차량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대형 트럭이 인파를 덮쳐 무려 80명이 넘는 이들이 사망했으며, 200여명이 다쳤다. 이밖에도 최근 2년간 런던과 스톡홀름, 베를린에서도 유사한 테러사건이 잇따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범인들이 차량으로 사람들을 덮쳐 1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불만을 지닌 범인이 지난해 11월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차를 몰고 인파 속으로 들어간뒤 흉기로 학생들을 위협해 11명이 다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차량이 테러의 무기로 사용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유럽연합(EU)은 지난 18일 1억 유로(1천350억 원 상당)를 투입해 유럽 내 공공장소를 재설계해 차량이 도로에서 인파로 돌진하는 것을 막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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