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月城)은 신라의 왕궁이 있었던 곳으로, 101년(신라 파사이사금 22년)에 쌓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이곳에선 그동안 토기와 기와는 물론이고 토우(土偶), 목간(木簡), 각종 동식물 자료 등이 출토됐다.
월성에 대한 최근 3년간의 발굴조사 성과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역사·문화재학계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과 함께 28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특별전 '신라 왕궁, 월성'을 개최한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이 지난 7월 체결한 학술교류 협약에 따라 기획됐으며, 월성해자에서 나온 병오년(丙午年) 목간과 터번을 쓴 토우 등 900여 점의 문화재를 선보인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12월부터 월성 내부 조사를 시작해 서성벽의 축조 과정, 중앙 건물지의 배치와 성격, 외부 방어시설인 해자(垓子)의 단계별 조성 과정과 규모, 성격의 변화 등을 밝혀냈다. 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토기, 기와, 토우, 목간 등은 신라 왕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들로 평가 받고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전시 도입부인 ‘경주, 신라 왕경’에서는 최신 기법의 전시 영상을 통해 신라 왕경의 전반적인 형태와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고 신라 왕궁 기록과 함께 재성(在城)이라고 쓴 명문 기와 등을 소개한다. 이어 1부 ‘천년의 왕궁’에서는 월성 서성벽과 문지, 중앙 건물터, 해자에서 출토된 토기, 기와 등을 통해 월성에서 흘러간 시간의 흐름을 살펴본다. 특히 월성 발굴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월성 성벽에서 나온 인골(제물로 바친 것으로 추정)이 어떻게 조사되고 발굴되었는지 그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2부 ‘왕궁에 남겨진 옛 사람들의 문자’에서는 목간, 토기, 기와 등에 남긴 신라인들의 문자 자료를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2016년 출토된 '병오년'(丙午年)이라는 간지(干支)가 나오는 목간이 눈길을 끈다. 기존 월성 해자 목간에서 간지가 나온 사례는 있지만, 일부 파손돼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병오년 목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간지가 등장해 목간 제작 연대와 월성 해자의 축조, 정비 연대를 밝힐 수 있는 단서로 주목받았다. 병오년 목간 실물은 28일부터 사흘간만 전시한다.
3부 ‘왕궁의 사람과 생활’은 중앙 건물지(C지구) 출토 녹유(녹색 유약)토기와 귀면와, 해자에서 출토된 토우와 동물뼈 등을 통해 월성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펴본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해자에서 출토된 터번을 쓴 토우는 그 생김새와 복장이 서아시아의 소그드인(Sogd人, 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를 근거지로 하는 현재의 이란계 주민)으로 추정되는데, 경주 괘릉의 서역 무인상과 더불어 신라에 온 외국인들의 존재를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롭다"며 "뼈에 남겨진 도구 흔적을 통해 신라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4부 ‘월성의 과거와 현재’에서는 해자에서 나온 식물 씨앗이나 꽃가루를 통해 신라 왕경과 월성 주변의 경관을 추정해보는 연구 방법과 지금까지 진행된 월성 조사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해자에서 가장 많이 출토된 가시연꽃과 곡류‧채소류‧과실류 등 당대의 식생활 복원을 위한 다양한 씨앗 자료도 전시되며, 일제강점기 시행했던 월성의 첫 학술조사인 ‘도리이 류조’의 조사와 관련된 자료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특별전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주 금요일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실시되고, 연구 조사자가 직접 발굴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는 갤러리 토크도 전시 기간 4회 진행된다. 신라 역사에서 월성의 중요성을 고고학과 문헌사료로 살펴보는 특별강연회도 2회 마련되고, 신라 시대 월성의 모습을 그려보는 주말 가족 프로그램 ‘해자가 품고 있던 월성 이야기’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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