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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秋를 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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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규 기자
입력 2017-11-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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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晩秋를 붙잡다

가을이 깊었다. 나목(裸木)처럼 헐벗은 사람들은 겨울을 걱정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옆구리가 시리지만, 겨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평창의 마음도 있다. 고독의 한기(寒氣)와 세상의 환호가 같은 계절 속에 들어 있다. 모든 이에게 만추(晩秋)가 같은 의미인 건 아니라는 사실. 우리가 차가워오는 시절을 맞으며 가져야 하는 건, 세상의 엄혹과 비정을 겸허히 수긍하는 여유가 아닐까. 우리 심장이 일으키는 체온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추위 앞에서, 우린 비로소 깨달음의 나이를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11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파리공원에서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빛을 붙잡아 보았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11월

사람이 서 있었다
벌벌 떠는 두 무릎 차가운 불빛
바람 감기는 채찍소리
늦은 늦은, 후회, 후회같은 것
푸르게 붉게 타올랐던 빛의 퇴각
허공이 무거워
움찔움찔 정강이가 휜다
허공에 당신 냄새 희미하다
바람이 묻은 코끝이 이미 어둡다

사랑한다 말했던 가지
증오한다 말했던 가지
잊을 수 없다 말했던 가지
이미 잊었다 말했던 가지
말의 뿌리는 모두 하나

늙어가는 알몸은 아름답다
종아리에 듣는 11월
연애의
뒷모습이 어른거린 그 자리
안개가 가득하고
언젠가부터 사람이 서 있었다

빈섬 이상국 <시인, T&P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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