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비디오 스트리밍 공룡인 넷플릭스가 이중 악재를 맞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기를 결정함으로써 통신사에 콘텐츠 유통 재량권을 쥐어준 데 이어 월트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TV&영화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미디어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한 탓이다.
◆ 월트디즈니 21세기폭스 인수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TV&영화 사업 부문을 524억 달러(약 57조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디즈니는 폭스의 137억 달러어치 부채도 함께 떠안기로 했다.
이제 디즈니는 폭스가 가지고 있던 아바타나 엑스맨과 같은 주요 시리즈물의 소유주가 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층 확대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 FX 네트워크 등을 비롯한 폭스의 케이블 채널들도 함께 손에 넣으면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TV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JS), 더타임즈 등 언론사와 일부 스포츠 채널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포브스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조직이자 시장 공룡인 디즈니가 최근 수년 동안 할리우드 생태계를 요동치게 한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스트리밍 기업들에 진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풀이했다.
디즈니는 이번 거래를 통해 스트리밍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즈니는 내년 스포츠를 중계하는 ESPN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하고 2019년에는 디즈니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공하는 디즈니 브랜드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월 디즈니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면서 스트리밍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디즈니가 폭스까지 삼키면서 디즈니가 보유한 막대한 인기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CNN은 디즈니가 이미 갖고 있던 마블의 어벤저스에 X맨을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디즈니는 이번 거래로 폭스가 가지고 있던 스트리밍 플랫폼인 훌루의 지분 60%를 갖는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훌루는 가입자 3200만 명으로 넷플리스(1억2800만)과 아마존프라임(8530만)에 이어 3위의 스트리밍 업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강자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킹스맨’ ‘킥에스’ 와 같은 만화로 유명한 밀러월드를 인수했으며 2017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예산으로 60억 달러 이상을 편성했다.
◆美 FCC 망중립성 폐기
14일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 폐기 결정도 나왔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 공룡들은 반발했고 통신 사업자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환호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FCC 위원들은 표결을 거쳐 3:2로 망중립성 폐기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유산인 망중립성 정책이 폐기되면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는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속도를 제어하거나 특정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FCC의 아지트 파이 위원장은 망 중립성 폐기를 통해 통신사들이 얻게 된 부가가치가 차세대 통신 인프라 투자로 이어져 망 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통신사가 인터넷 콘텐츠 유통 재량권을 독점하게 됐다면서 통신사들의 독자적 콘텐츠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면서 항의했다.
넷플릭스는 트위터 성명을 통해 "전례 없는 혁신과 창조성, 시민참여 시대를 열어준 망중립성 보호를 폐기키로 한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이것은 오랜 법적 투쟁의 시작이다. 넷플릭스는 FCC의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중립성 폐기를 둘러싼 법정 투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검찰총장은 성명을 통해 FCC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여러 주의 소송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에드워키 마키 상원의원은 자신을 포함해 16명의 상원의원들이 FCC의 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초 메릴랜드대학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0% 이상이 망중립성 폐기에 반대를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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