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수능 개편이 1년 미뤄진 것이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절대평가 확대 등을 놓고 여전히 의견들이 분분하다.
지난 12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대입제도 개편 1차 정책포럼은 오후 6시에 시작해 11시 가까이가 돼서야 끝이 났다.
5시간 동안 대학, 교사, 시민단체 등의 발제 내용 발표가 이뤄지고 질의도 이뤄졌지만 다양한 발언이 제기되는 가운데 의견이 모아지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가장 대립이 첨예했던 사안은 역시 수능 절대평가 확대였다.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고 경쟁 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 전면 절대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절대평가 전환 시 수능 비중 축소가 우려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강화되는 데 반대하는 측이 맞섰다.
절대평가 확대 반대 측에서는 학종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8월 수능 개편안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결정될지 주목된다. 지난번 발표했던 대로 두 가지 안이었던 전면 절대평가 방안으로 갈지, 아니면 일부 절대평가 확대 방향으로 갈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교육 정책 개편을 보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떠오른다. 당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올리는 등 방안을 내놨지만 오르기만 하는 역효과를 냈다.
지금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동시 전형이 2019학년도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강남 집값만 올리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동시 고교 입시가 시행되면서 희망 자사고와 외고 탈락에 따른 강제 일반고 배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애초부터 희망 일반고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사고와 외고 대신 특수학군의 유망 일반고에 지원하기 위한 이사 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고교 교육격차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부의 편중을 부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추진도 마찬가지다. 내신 절대평가가 시행될 경우, 오히려 자사고와 외고 경쟁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수학군으로 몰리는 현상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절대평가일 경우 우수한 학생이 많은 자사고, 외고, 특수학교들이 받는 불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고교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자사고와 외고 폐지 등을 종합적으로 맞물려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고교학점제의 단계적 추진 정도에 따라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자사고와 외고 폐지도 더 속도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원하는 과목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돼 자사고와 외고 등 특수목적고의 설립 취지는 흐려지게 된다. 일반고에서도 자사고나 외고 등의 교육과정을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이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정책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교육부도 알고 있기에 8월에 종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가 자사고나 외고, 또는 특수학군으로의 쏠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나 고교 내신 대입 반영 방안 결정이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 개혁을 지지하는 어느 학자는 교육 부문이 굉장히 민감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대입 종합 개편안을 내놓기까지 7개월 정도가 남았다. 수능 개편을 미룬 지는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겨울, 봄이 지나면 금세 8월이다. 미룰 때는 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간단치 않은 어려운 결정이 될 터이지만 옳은 방향으로 개편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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