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해외 순방시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 특별열차가 27일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열차에 과연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급이 탑승했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특별열차의 베이징 도착을 확인하면서 "이 열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이 탑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특별열차는 김일성 직계 가족, 이른바 백두혈통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 베이징과 단둥의 삼엄한 경계상황을 감안할 때 탑승자는 김정은·김여정 남매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에 깜짝 방문(surprise visit)을 했다. 그의 방중은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베이징역과 주변 선로 일대에는 평소보다 훨씬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특히 베이징역에 내린 북한 대표단은 자동차에 나눠 타고 영빈관으로 사용되는 댜오위타이(釣魚臺)로 들어갔으며 이후 만찬 시간에 인민대회당으로 향한 뒤 오후 10시 30분쯤 다시 댜오위타이로 돌아갔다.
인민대회당 앞에서는 북한대사관 차량들이 대거 목격됐다. 앞서 압록강변의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丹東)에서도 25일 오후부터 북한과 중국을 잇는 철도 선로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평소보다 강화된 경비 태세가 목격된 바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4월 말과 5월 각각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과 관련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뒤 개최 전 중국을 먼저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했던 것과 비슷한 수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7일 "전날 베이징에 북한 특별열차가 비공개리에 도착한 점에 비춰볼 때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김정일을 제외한 북한 고위인사들이 과거에 김정일이 이용하던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역시 "북한이 전통 우방국인 중국에 정세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이 잘되든 못되든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과거에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 완전히 중국을 제쳐두고 가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북중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왔다. 만약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면 북중 정상회담 개최의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을 갖고 있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적극 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북한 매체들은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27일 오전까지 북한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 여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만일 김정은의 방중이 사실이라면, 그가 북한에 돌아온 후 보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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