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투자와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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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8-05-0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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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아이알메드(IR MED) 대표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다가 기업설명회(IR) 대행사를 만들어 운영한 지 1년 남짓 됐다. 일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나 지금이나 같다. 지금도 일반 투자자와 전업 투자자, 그리고 기관투자자까지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고 있다.

주식시장에 몸담으며 느껴온 점이다. 본인이 투자자(investor)가 될지 투기자(speculator)가 될지 빨리 정해야 한다.

투자에 관한 정의는 많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가치투자다. 즉, 현재가치가 내재가치보다 낮은 회사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가치가 내재가치에 수렴하거나 초과할 때 차익을 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분석해 보니 장기적으로 성장할 회사인데 지금 주가가 낮고, 오래 보유하면 주가가 오를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분석해 보니' 성장할 만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지 '느낌으로' 또는 '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에 관한 정의도 많다. 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투기는 투자와 달리 가치에 대한 기준이 없다. 또, 투기는 본질적인 기업가치보다는 시장 흐름에 맞춰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소위 말하는 '모멘텀 투자'나 '테마주 투자’가 투기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투자가 옳고 투기는 그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지 않다. 투기도 투자와 동등한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주변에는 투자로 돈을 번 사람뿐 아니라 투기로 돈을 번 사람도 많다. 투자만 옳다라는 생각에는 이유가 있다.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은 책이나 언론을 통해 부를 쌓은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투기로 보일 법한 성공담은 쉽게 알리지 못한다.

다시 강조하면 주식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는 '투자'할지, '투기'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면, 기업을 분석해 내재가치를 구하고 현재 주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하면 된다.

투기자가 되기로 했다면, 그 순간부터 본인은 주식이 아닌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도박처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자신에게 유리한 패가 올 때까지 판돈을 유지해야 한다. 기다리던 패가 들어왔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베팅하는 전략을 주식에도 적용하라는 것이다.

판돈을 유지하기 위해 안 좋은 패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버리는 행위가 주식시장에서는 손절매에 해당한다. 즉, 투기자가 되기로 했다면 손절매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업 방향이' 혹은 '본인이 생각한 테마가' 또는 '주가 모멘텀이' 처음 생각과 달라지는 순간 다음 베팅을 위해 과감히 손절매하라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나쁜 경우는 투기로 시작해 손절매를 못하는 것이다. 주가가 반토막으로 떨어질 때까지도 못 팔고 있다가 비자발적 투자자가 되어 마냥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비자발적 투자자가 되어서야 자신이 들고 있는 주식을 뒤늦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정말 불필요할 정도로 세세한 내용까지 분석한다. 자신이 투자자와 투기자 가운데 어떤 스타일에 적합한지 생각해보는 데서 올바른 주식 운용이 시작된다. 반드시 투자자와 투기자 가운데 하나만 고수할 필요도 없다. 상황에 맞게 그리고 종목에 맞게 정하고 시작하면 된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다면 계좌를 투자형 계좌와 투기형 계좌로 구분해 운영할 수도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투자자는 ‘지식이 많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투자에 요구되는 특별한 성격이나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머리가 좋다고 주식 투자에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대하는 태도나 습관이 투자에서 더욱 중요하다. 투자를 위한 태도나 습관, 투기에 맞는 태도나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투자 서적이나 분석 보고서를 보는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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