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알리바바, 2위 징둥(京東)으로 유지되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판도가 신흥 강자 ‘핀둬둬(拼多多)’의 등장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출시 3년이 채 안된 공동구매 애플리케이션(APP) 핀둬둬는 '저렴한 제품 가격’을 무기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타오바오(淘寶)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중국 데이터 분석업체 지광(極光)빅데이터가 발표한 ‘2018년 1분기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 침투율(앱 사용자 가운데 사용비중) 순위 1위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2위는 핀둬둬, 3위는 징둥의 징둥상청(京東商城·JD.com)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타오바오 따라잡기에 바쁜 징둥상청을 핀둬둬가 추월했다는 것이다.
핀둬둬는 함께 사면 살수록 더 싸게 살 수 있는 공동구매 앱이다. 2015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해 친구, 가족, 지인 등 함께 구매하면 가격이 더 싸지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2년 6개월만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2위인 징둥을 넘어 타오바오를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핀둬둬가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성장을 거둔 이유는 △저소득층 공략 △편리한 사용법 △탄탄한 운영진 등으로 꼽힌다.
타오바오가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제품을 판매했다면 핀둬둬는 중국 저소득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10위안(약 1700원)이 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플랫폼에는 각 제품마다 2개의 가격이 표시돼 있는데 혼자 구매하는 가격과 공동 구매하는 가격이다. 당연히 공동구매 가격이 더 저렴하다. 공동구매의 경우 30% 이상 많게는 50% 이상 할인이 적용된다. 소비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친구에게 공동구매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
함께 구매할 친구가 없어도 공동구매는 가능하다. 알림 기능을 사용해 공동구매 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중 1인이 공동구매 대표가 돼 공동구매 단원을 모집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간편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을 모아 할인율을 높이고 업체는 더 많은 구매자를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다른 전자상거래 앱에 비해 편리한 사용법도 핀둬둬의 성장요인 중 하나다. 핀둬둬는 별도의 회원가입이 필요 없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SNS 위챗의 간편 로그인 기능으로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결제 역시 위챗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제품 검색 시간과 쇼핑 시간도 짧은 편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소비자의 관심 제품을 찾아 이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기능 덕분이다. 이전 구매내역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과 연관되는 또 다른 제품을 추천 목록에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핀둬둬가 이같이 편리한 기능을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텐센트(腾讯)의 투자가 있다. 핀둬둬는 지난 2016년 7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전자상거래 유니콘으로 급부상하며 1억1000만 달러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텐센트도 핀둬둬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후 핀둬둬는 텐센트의 막강한 인트라를 이용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艾瑞咨詢)가 ‘성장력이 가장 빠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핀둬둬 설립자 황정(黃崢) 대표도 스타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황정은 2001년 저장대학교(浙江大学)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구글에서 근무하며 2006년 구글의 중국 진출을 맡은 엘리트다.
특히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중국 내에서 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당신이 핀둬둬를 사용하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분명 중국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플랫폼 핀둬둬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고, 당신 주변에는 수많은 핀둬둬의 열성 사용자가 있을 것이다”라는 발언이 포함된 ‘황정 10대 명언’이 중국 SNS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핀둬둬에는 또 다른 정보기술(IT) 스타가 존재한다. 알리바바의 설립 멤버이자 2인자 출신의 쑨퉁위(孫彤宇)다. 그는 과거 알리바바에서 타오바오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며 지금의 타오바오를 만드는 데 마윈 버금가는 공을 세웠다.
중국 매체 봉황망은 “핀둬둬의 성장에는 황정과 쑨퉁위 같은 젊은 IT 스타의 활약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핀둬둬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유도해 판매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어쩔 수 없이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 아이지커(愛極客)는 ‘핀둬둬의 성공은 중국 제조업의 비극이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저가 경쟁의 심화는 결국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핀둬둬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며 문제 개선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