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ZTE(中興·중싱) 주식이 13일 거래가 재개됐다. 미국 상무부가 북한·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ZTE 제재령'을 내린 후 주식 거래가 중단된지 약 두 달만이다. 하지만 이날 ZTE 주가는 선전·홍콩 증시에서 장이 열리자마자 폭락했다.
이날 선전거래소에 따르면 ZTE 주가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일일 하락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졌다. 홍콩거래소에서도 개장하자마자 40% 가까이 하락했다고 봉황망 등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ZTE는 하루 전날인 12일 저녁 공시를 통해 거래 재개 소식을 전하며 미국 정부와의 협의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ZTE는 14억 달러 벌금을 내고, 30일 이내 고급 부총재급 이상 경영진 전원을 교체해야 한다. 해고된 경영진은 향후 ZTE 산하 자회사나 관련 기업에 재임용될 수 없다. ZTE 회사 내부에 미국인으로 구성된 준법팀을 운영해 회사를 감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공시에 포함됐다. 미국은 ZTE가 협의안 내용을 준수한다는 전제 아래 제재령을 해제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ZTE 제재를 풀어주기로 한 것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1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번 주 백악관과 ZTE간 협의한 제재 완화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을 처리한다. 일부 상원의원이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는 조항을 추가한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개정안은 ZTE가 미국 법을 준수하고 있음을 입증할 때까지 대통령이 제재를 풀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 정부 기관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제조 업체의 장비·서비스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재경망(財經網)은 미·중 양국간 ZTE 사태와 관련한 해법을 찾는다해도 경영진 교체, 지분구조 변화 등 ZTE가 이번 사태 해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ZTE 앞날이 여전히 불확실함에 따라 기관들도 ZTE 주가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최소 11개 기관에서 선전증시에서 ZTE 주가를 주당 20~25위안으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중신증권은 ZTE의 적정 주가 수준을 주당 20.34위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종가 31.31위안보다 35% 낮은 수준이다. ZTE 주식 거래 재개후 최소 4차례 이상 하한가를 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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