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5년간 추진해온 양적완화(QE) 정책이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3%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당분간 출구 전략 채택을 보류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QE 정책을 시행한 이후 5년간 일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013년 4월 완화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유지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또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기업에 촉구하고 있는 현재 인상폭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3% 임금 인상'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주요 수레바퀴다.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을 토대로 내수 소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훨씬 밑도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2월 1%까지 올랐지만 지난 4월 현재 0.7%까지 떨어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당분간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올해 3분기 1.1%까지 상승하고 내년 1분기 1.3%를 거쳐 2020년이 돼서야 1.8%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구로다 총재의 연임이 확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기존 완화정책 대신 새로운 출구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나왔었다.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요원한 상태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제기되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려는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과제로 남겨진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10월 증세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등의 출구 전략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을 통해 2019년 10월께 현행 8%인 소비세를 10%로 증세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등 글로벌 통상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지난 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행 -0.1% 수준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장기금리)도 현행 0%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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