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정부청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면담하고 양국 관계의 실질적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 간 면담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기간 회동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지난해 활발한 정상 간 교류를 토대로 한러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최근 양국 간 교역 및 인적교류 증대 등 양국 관계발전의 성과를 두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취임 후 추진 중인 '국민 삶의 질' 향상 정책이 한국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와 공통점이 많다는 데 주목하고 양국이 지속가능한 국가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소중한 협력 파트너"라며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오기 직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하면서 러시아 국민께 한러관계와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다.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목표로 신북방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공통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인적교류가 지난해 51만명을 기록하는 등 실질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고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양국이 우의를 다졌듯이,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양국 간 교류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혁신·ICT(정보통신기술) 분야, 보건의료·복지 분야, 극동개발 협력 등을 위한 '9개 다리'(나인브릿지)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메드베데프 총리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이 발표한 '나인브릿지' 구상은 가스, 철도, 전기, 항만, 북극 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분야에서 한러 간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내용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까지 한국 정부의 역할을 평가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라 철도·가스·전력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방문은 러시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화답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작년 12월 마닐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여러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모두 부정적이진 않고 긍정적인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며, 또 양 정부 간 합의된 서명도 있을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 협력, 민간 교류, 한반도 정세를 비롯해 당면한 문제의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팀도 성공을 바란다"고 덕담도 건넸다.
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가 한러관계에도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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