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재설계] "가업승계제도 활용해 성공한 기업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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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8-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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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력 유지 힘든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해야

  • "가업과 부의 대물림은 다른 것"…사회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지금껏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아 가업을 잇는 중소·중견 기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부가 가업승계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중소·중견기업 사이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업 승계 시 세부담이 큰 데다, 제도에 따른 공제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자료=기획재정부]


중소·중견기업들이 제도에 따라 가업을 승계하면 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하고, 업종도 변경할 수 없다. 또 10년간 정규직원수를 단 한명이라도 줄일 수 없고, 가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지 못한다. 이를 하나라도 어길 때는 가업승계 제도로 받은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할뿐더러, 이자율을 더한 가산세까지 떠안아야 한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승계 제도는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며 "이 제도를 통해 가업 승계를 받은 우수기업 사례나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가업 승계를 위한 고용유지 조건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중소기업 대표는 "미국에서는 가업승계 관련 세금을 없앤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제도는 중소·중견기업에 너무 혹독하다"며 "(현 제도로는) 고용 증대나 유지도 어려울뿐더러 사회·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용유지요건은 5년으로 축소하고 종업원 100% 유지 요건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에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는 주장도 나온다.

B 중소기업 대표는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라며 "일본과 유럽의 수많은 국가는 명문장수 기업이 많지만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과, 대기업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업을 잇는 승계자의 교육과 이에 따른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장수기업을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했지만, 이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가산세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C 중소기업 대표는 "가업승계가 잘 돼야 국가경제에 미래가 있다"며 "상속·증여세는 일시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세금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 국가 재정에는 더 큰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중국, 홍콩처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캐나다, 호주, 스웨덴처럼 상속·증여세를 자본이득세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D 중견기업 대표는 "가업상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 첫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 상황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기본전제를 가지고 정책적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업의 유지를 위해 누구보다 걱정하고 고민하는 피상속인들이 마치 부의 편법적인 취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선입견이 우선 개선돼야 하며 모든 정책 방향도 이 같은 관점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업은 말 그대로 기업 그 자체이지 현금도 아니고 바로 처분할 수 있는 자산도 아니다"며 "일부 대기업의 부당함을 알지만, 편법을 동원하는 일부의 예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매도돼서는 안 된다. 현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입법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의 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전반에 걸친 부정적 이미지와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을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며 "이는 지속적인 홍보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업을 승계하지 않는 2세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기업을 운영하고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라며 "기업을 정리하여 현금화하는 것보다 고용을 유지하고 창업주의 창업신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가업승계는 정부의 권유를 떠나 지원으로 그 길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현지 법인도 가업승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G 중소기업 대표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전역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해외현지에 투자한 법인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글로벌경영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는 근본임에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현지법인도 명문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금융상품의 투자로 인한 수익이 결국 기업에 재투자가 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 또한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가업승계 대상 자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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