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트 사커’로 부활한 프랑스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인의 ‘축구 축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명승부와 이변이 속출한 이번 대회를 ‘숫자’로 돌아봤다. 32일간의 기록이다.
#1 일본, 아시아 유일의 자존심 세우다
아시아는 한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5개국이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한 국가는 일본이 유일했다. H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한 일본은 마지막 폴란드와 3차전에서 0-1로 졌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 힘입어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우승후보로 꼽힌 벨기에와 16강에서 명승부를 벌인 끝에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2-0 한국, 세계 최강 독일 무너뜨린 ‘기적의 스코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최강 독일과 F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대회를 마감했다. 신태용호는 ‘7-0 독일 승리’의 확률이 ‘2-0 한국 승리’보다 높다고 조롱한 세계 도박사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였다.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 골로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키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에 F조 최하위라는 망신을 안겼다. 이 경기는 미국 야후 스포츠가 선정한 명장면 2위에 꼽히기도 했다. 멕시코가 스웨덴에 져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한국을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는 격언을 새겼다.
#3 ‘우승국 징크스’ 깨지 못한 '전차군단' 독일의 몰락
월드컵에 어두운 그림자로 드리운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는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독일도 피해가지 못했다. 독일은 한국에 발목이 잡히며 조별리그 F조 최하위의 성적을 남긴 채 짐을 쌌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자 독일 축구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 기록이다. 러시아에서도 계속된 '우승국 징크스'였다. 프랑스(1998년 우승), 브라질(2002년 우승), 이탈리아(2006년 우승), 스페인(2010년 우승)에 이어 독일(2014년 우승)마저 우승을 이룬 다음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표로 대회를 마감했다. 8강에서 탈락한 브라질을 제외하고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4 유럽 국가들의 향연 '4강 독식‧4회 연속 우승'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대회는 유럽 국가들의 잔치였다. 프랑스를 포함해 크로아티아, 벨기에, 잉글랜드가 4강에 오르며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2006년 대회부터 4회 연속 유럽 대륙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을 앞세운 남미 대륙은 유럽의 절대 강세에 눌려 체면을 구겼다. 또 이번 대회에서 레드카드는 단 4장밖에 나오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 32개국 체제 이후 한 자릿수 레드카드가 나온 건 처음이다.
#10 벨기에의 ‘닥공’이 수놓은 10人의 골잡이
황금세대로 똘똘 뭉친 벨기에는 ‘닥공(닥치고 공격)'의 대명사로 인기몰이를 했다. 막강 화력을 뿜으며 대회 최다 16골(상대 1자책골)을 기록했고,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골 맛을 보며 ‘원 팀’으로 빛났다. 비록 프랑스의 벽에 막혀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찬사를 받았다.
#12 역대 최다 자책골에 ‘눈물’
불운의 준우승 팀으로 끝난 크로아티아의 악몽의 시작은 자책골이었다.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을 시작으로 4골을 허용해 2-4로 패했다. 이란과 모로코의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모로코의 아지즈 부핫두즈가 남긴 자책골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등 이번 대회에서 총 12개의 자책골이 나왔다. 종전 최다 기록은 절반에 해당하는 1998년 프랑스 대회의 6골이었다.
#16 문재인 대통령의 "오~ 필승 코리아!"···2002년 김대중 이후 처음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F조 조별리그 멕시코와의 2차전을 직접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 경기를 직접 관전한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해외 원정에서 월드컵 응원에 나선 건 문 대통령이 처음. 결과는 아쉬운 1-2 석패였다. 월드컵 기간 축구 스타만큼 시선을 모은 건 크로아티아의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대통령이었다. 자국 유니폼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대통령은 빼어난 미모와 함께 댄스까지 선보인 열정적인 응원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9 ‘축구황제’ 펠레 소환한 ‘10대 돌풍’ 음바페 ‘스타 탄생’
1998년 자국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프랑스의 최고 스타는 19세의 킬리안 음바페였다. 이번 대회에서 ‘제2의 앙리’로 불린 음바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프랑스 ‘아트 사커’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음바페는 1958년 펠레 이후 60년 만에 10대 선수가 한 경기 2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골을 넣은 유일한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펠레도 자신의 SNS를 통해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우리 2명뿐”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29 VAR 도입 영향? 역대 최다 ‘페널티킥 선언’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 시스템(VAR)은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제2의 심판’이었다. 종전 2002년 한·일 대회의 18개를 넘어 역대 최다인 총 29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된 건 VAR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32년 만에 잉글랜드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은 6골 중 3골을 페널티킥으로 기록했다. 대회 초반 주심의 권한에 따른 VAR 판정 논란이 있었지만, 오심이 현저히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선 총 20차례 VAR을 통해 17차례의 오심을 바로잡았다.
#48 대회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 벨기에-일본의 ‘16강전 뒤집기’
역대 대회 최고 성적(3위)을 거둔 벨기에의 최대 위기는 일본과의 16강전이었다. 벨기에가 압도적인 승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본이 먼저 2골을 넣었다. 정신을 바짝 차린 벨기에는 내리 3골을 퍼부어 일본을 울렸다. 서독이 1970년 멕시코 대회 8강에서 2골 차를 뒤집고 잉글랜드를 3-2로 꺾은 이후 48년 만에 토너먼트에서 나온 2골 차 열세를 뒤집은 명승부였다.
#229 브라질이 남긴 유일한 ‘남미의 자존심’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통산 229득점을 기록해 종전 독일이 갖고 있던 226골을 넘어 통산 득점 1위의 기록을 새로 썼다. 벨기에에 져 8강에서 탈락한 브라질이 4강에 오르지 못한 남미 대륙의 자존심을 세운 유일한 기록이다. 브라질의 대기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건 독일을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에 빠뜨린 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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