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구글 출신의 이필성 대표가 게임 크리에이터 도티(나희선)와 힘을 합쳐 만든 회사로, 창사 3년 만에 150여개 팀의 크리에이터 그룹을 갖추며 급성장하고 있다. 젊은 청년 두 명이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이제는 MCN 업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이필성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어떠할까.
이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코리아 광고영업본부와 제휴사업팀을 거치며 디지털 콘텐츠 전반의 업무를 경험했다. 경영학,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회사 1위인 구글에서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이 대표가 돌연 MCN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도티와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대표와 도티는 연세대 동문으로, 수시 1학기 합격생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의 성격은 반대에 가까웠지만, 서로의 다른 매력에 끌리며 급격하게 친해졌다. 모든 게 달랐지만 공통 매개체는 ‘콘텐츠’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소위 ‘아싸(아웃사이더)’끼리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절친’이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저와 달리 도티는 게임에 미친 듯이 관심이 많은 정반대 성향의 친구였다”면서 “하지만 둘이 있으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책을 가지고 밤새도록 토론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10대의 우상이 된 도티가 크리에이터의 길을 갈 수 있게 이끌었던 것도 그의 쓴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구글에 입사한 이 대표와 달리, 도티는 게임과 김연아에 빠져 사는 젊은 백수였다. 어느날 친구의 앞날이 걱정된 이 대표는 “인생 그렇게 살지마라”며 도티에게 크게 역정을 낸 적이 있다. 친구에게 한 소리를 들은 도티는 “방송사 취업을 하겠다”며 받아쳤다. 그렇게 도티는 자기소개서에 경력 한 줄을 남길 생각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자신의 재능을 유튜브를 통해 마음껏 발휘한 도티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유튜브 방송 1년 만에 조회수와 팬들이 급격히 늘며 수익도 생겼고, 이 대표가 구글에서 받는 연봉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대표가 도티와 함께 MCN 회사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14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동영상 축제 ‘비드콘’을 경험한 직후다. 그때까지 창업을 단 한번도 생각한 적 없던 그는 비드콘에서 MCN의 성장 가능성을 목격하게 됐다.
이 대표는 “당시 MCN 사업은 태동 시기였는데, 비드콘에서 본 현장은 충격에 가까웠다”면서 “크리에이터는 영락없는 한류스타와 같았다. 새벽 4시부터 수많은 팬이 크리에이터를 보기 위해 기다렸고, 그들이 나타나면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B2B 행사에서는 ESPN, 니켈로디언 등 주요 방송사 패널들이 MCN 사업의 가능성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나눴다”면서 “곧 한국에서도 MCN이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도티와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모두가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알게 됐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젊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죄책감이 드는 일이었다. 이러한 기회를 외면한다는 건 내 삶을 방치한다는 느낌을 받아 이 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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