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항공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빼돌리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정보요원이 벨기에에서 체포되어 9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인도됐다.
미국 법무부는 10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이용해 경제적 발전을 시도하려는 근거라고 비난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공세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얀준쉬(Yanjun Xu)로 알려진 중국 정보요원은 지난 4월 미국 수사당국의 유인책에 걸려들어 벨기에에서 체포됐다.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거친 뒤 9일 미국으로 인도됐다.
미국 수사당국이 중국 정보요원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미국으로 인도하고 그의 신원을 공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부국장으로 알려진 쉬는 다수의 미국 우주·항공 기업들의 영업비밀 취득을 위해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타깃이 된 기업에는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에 엔진을 납품하고 상업용 항공기와 군용 헬리콥터를 위한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는 GE애비에이션도 포함됐다.
미국 수사당국은 쉬가 중국정보국 및 중국 대학들과 연계해 2013년 12월부터 미국 우주·항공 기업들의 지적재산 등 민감한 정보를 얻어왔다고 보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미국 우주·항공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접근해 중국 대학에서 강연과 발표를 주선하고 그와 관련한 문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은 쉬가 산업스파이 혐의로 최대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국의 존 디머스 국장은 10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을 대가로 발전을 얻는 중국 경제정책의 일부”라면서 “미국의 화력과 지적 결실을 훔치려는 나라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번 사례는 미중 갈등이 무역에서 안보까지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추가로 나온 것이다. 세계 양강은 최근 ‘신냉전’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영업비밀 유출로 초래되는 비용이 매년 수천 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며, 주로 중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편 10일 미국 재무부는 미국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규정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반도체, 이동통신, 항공, 방산, 바이오테크 등 27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설계와 테스트, 개발 등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CFI는 광범위한 안보 검토를 걸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무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의 기술적 우위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인 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중국이 미국의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