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내년 1월 1일 발효될 사이버 보안법의 가이드라인을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터넷 영역을 통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사이버 보안법까지 시행되면 신(新)언론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객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투자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 '말할 권리' 사라지나...규제 우려 한 목소리
사이버 보안법은 인터넷상의 국가 안보 및 관련 기관·단체·개인의 책임에 대해 규정한 것으로 △ 사이버 보안·관리 규정 체계화 △ 데이터 로컬화 △ 외국계 IT 기업의 베트남 지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제정했다. 발효일은 2019년 1월 1일이다. 이번에 공개된 초안은 본격 발효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참고용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이 발효되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연락처, 신용카드 정보, 의료 기록 등 베트남 이용자들의 개인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저장, 베트남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데이터 저장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또 베트남 정부가 삭제를 요청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24시간 안에 삭제를 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터넷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독립적인 언론과 블로그 사이트에 대한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인터넷 매체로 통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다 정부 비판글을 올린 혐의로 두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잣대에 따라 누구라도 법적 제한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언론 통제' 성격이 강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하루 최대 1억개의 온라인 항목을 검색해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도록 분석, 평가, 분류할 수 있는 웹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을 통해 불과 며칠 동안 정부가 '부적절한 콘텐츠'로 규정한 3000개의 사이트가 차단됐다고 SCMP는 전했다.
◆ IT 기업들과 갈등 가능성도...기업 투자 발목 잡나
업계에서는 베트남의 사이버 보안법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개혁과 사회 변화에 대한 개방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공산당이 엄격한 언론 검열을 유지하고 반국가적 발언을 전격 통제하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페이스북과 알파벳의 구글이 베트남에 서버를 배치하면 베트남 당국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쉽게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인터넷연합(AIC)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베트남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상공회의소(CISA)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곳 중 6곳(61%)은 베트남의 사이버 보안법이 베트남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할 경우 베트남 기업 중 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바이어던 시큐리티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 현지화가 이뤄지면 소기업의 컴퓨팅 관련 비용이 최대 60%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싱크탱크인 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도 베트남의 데이터 현지화 조치가 이뤄진다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간 1.7% 감소시킬 것이며, 베트남 투자도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CISA 산하 국제규제협력센터의 알렉스 보팅 소장은 "베트남의 사이버 보안법에서는 가장 엄격한 '데이터 현지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초안 공개 이후 베트남 정부와 이해 관계자 간 상호 성과를 내기 위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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