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호찌민 국가주석 이후 최고 권력자가 탄생했다. 베트남 국회는 23일(현지시간)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했다. 쫑 서기장은 한국에 우호적인 경제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어 향후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베트남 대표자로 우뚝..."서열 1위·2위 겸임은 호찌민 이후 처음"
공산당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국가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 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이른바 4대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 갖는다. 베트남 국가주석은 대내외적으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 헌법 및 법률 공포 △ 부주석·총리·각국 대사의 임명 및 해임권 △ 전쟁상태 선포·사면권 행사 등 다양한 권한을 갖는다.
고(故) 쩐다이꽝 국가주석이 지난달 갑자기 서거한 뒤 베트남 국가주석 자리는 당티응옥틴(Đặng Thị Ngọc Thịnh) 부주석이 권한대행으로 채웠다. 그러나 쫑 서기장이 새로운 주석으로 선출되면서 국가서열 1위와 2위 직책을 동시에 쥐게 됐다. 2개의 국가 주요 직책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게 된 것은 베트남 민족 영웅인 호찌민 전 주석 이후 처음이다. 임기는 2021년까지다.
쫑 신임 주석은 지난 2016년 진행된 제12차 전당대회에서 유일하게 당 서기장 자리를 지켰다. 당시 기존 국가주석과 총리, 국회의장 등 4대 지도자 중 3명이 퇴진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44년생인 쫑 서기장은 당시 재선 제한연령(65세)을 훌쩍 넘긴 71세였지만 연령 제한에 이의를 제기, 예외 적용을 받았다. 5년마다 개최되는 베트남 전당대회는 향후 5년간의 정치‧외교와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최대 정치 이벤트다.
하노이 출신인 쫑 신임 주석은 하노이국립대학교를 졸업했다. 1968년 베트남 공산당에 공식 가입한 뒤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과 당 정치국원 등을 거쳤다. 2006년 국가서열 4위인 국회의장을 지냈고 2011년에 당 서기장에 올랐다. 국영기업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베트남식 공산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현 베트남 공산당 중앙집행반의 제7대 총비서다.
◆ 대표적인 친(親)한파 인사...한·베 관계 더 가까워지나
쫑 신임 주석이 국가주석 직책까지 겸임한 데는 '부패 근절'이라는 정치 노선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는 게 로이터통신 등 외신의 평가다. 보수 성향의 온건 중도파로 분류되는 쫑 신임 주석은 지난 2016년 당시 정치 라이벌이었던 응우옌떤중 총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뒤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정치적 발전과 더불어 부패 근절, 지속적인 경제 개혁 등이 국가주석에 적합하다는 명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중도파로 알려진 쫑 서기장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국회의장 시절인 2008년에는 대규모 기업 사절단과 함께 한국을 찾아 적극적인 한국 기업 유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4년 10월에는 서기장 자격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의지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 등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쫑 서기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다만 한 사람이 대부분의 권력을 쥐게 됨으로써 권력이 불균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쫑 신임 주석이 그간 부패와의 전쟁에 집중한 것도 정적 제거와 체제 존속 등을 목표로 했다는 분석도 상존한다. 외신들은 내년 1월 1일 사이버 보안법이 발효될 예정인 만큼 반정부파들과의 갈등,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과의 전면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베트남 전문가인 조나단 런던은 "베트남의 스트롱맨인 레주언(Le Duan) 정권 이후 나타나지 않았던 방식으로 당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광범위한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레주언은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베트남 공산화를 실현한 대표적인 정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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