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셧다운 출구를 찾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의회 지도부의 2차 백악관 회동이 또 다시 결렬된 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1차 회동 후 이틀 만인 4일에 백악관에서 다시 만나 셧다운 해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는 데 또 실패했다.
회동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셧다운도 각오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장벽을 매우 빨리 세울 수 있다. 장벽 건설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멕시코 국경을 지을 것인지는 부연하지 않았다. 외신은 비상사태 발언을 사실상 엄포로 풀이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이날 만남은 약 두시간 만에 결렬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자리가 “장황하고 때때로 거칠었다”고 말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펠로시 의장은 국경장벽 통계자료와 관련, 서로 '팩트'를 주장하면서 날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펠로시 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선 셧다운부터 푼 다음 장벽 건설 예산을 따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하루 전 하원은 민주당 주도로 국경장벽 예산을 배제하고 셧다운을 끝낼 수 있는 지출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셧다운 영향권에 있는 9개 부처 중 국토안보부에는 내달 초까지 임시 예산을 지원하고, 나머지 8개 부처에는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예산을 전부 편성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장기화를 감수하고 국경장벽 예산이 없는 지출안에는 결코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장벽 건설에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말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상은 계속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오는 5일 오전에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3차 회동을 갖는다고 알렸다. 이 때에는 행정부 대표로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닐슨 장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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