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기수정의 여행 미학]겨울 별미 다 모였다…입맛 당기는 '동해안 밥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글.사진 울진=기수정 기자
입력 2019-01-28 00: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다리가 대나무 닮아 '대게'…필수 아미노산 풍부

  • 설 전후가 가장 맛있어…게짜박이ㆍ볶음밥도 별미

겨울의 한기가 온몸을 감싼다. 빌딩 숲 사이로 칼바람이 불어올 때면 몸도 마음도 절로 움츠러든다. 따뜻해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대기 중 농도 짙은 미세먼지가 괴롭히는 탓이다.
그렇게 기력이 약해지고 면역력도 떨어질 때는 '제철 보양식'을 먹으며 맛과 건강을 잡는 것이 제격이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생각하는 순간, 오동통 살이 오른 대개 속살이 뇌리를 스친다. '맞다. 겨울엔 이 맛이지, 울진 대게.'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대게를 먹기 위해 짐을 꾸려 울진으로 향했다. 혀끝에 닿는 짭조름한 맛이 어느새 달콤함으로 변하는 겨울 별미 대게가 제철을 맞은 울진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치열한 눈치작전 거쳐 전국 각지로···대게 경매장 
 

경매장으로 향하는 붉은 대게. 크기 별 선별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꽉 찬 속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대게는 11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대게를 맛볼 수 있는 시기는 설 명절 직전부터 연휴 직후까지, 바로 이맘때다.

대게는 칼슘과 인, 철 등의 무기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고단백 건강식품이다. 내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해주는 대게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겨울철 보양 식재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껍데기에는 면역력이 좋은 성분도 포함됐단다.
 

경매장 바닥에 크기별로 깔린 붉은대게들[사진=기수정 기자]

이른 아침, 대게를 맛보기 전 대게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9시경 후포항으로 향한다.
 
항구가 어선들의 엔진소리로 부산해지더니 어부들이 갓 잡아온 붉은대게가 상자에 가득 실려 어선 밖으로 나온다. 

위판장에 깔린 붉대게들이 아침 햇살을 받은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이색적인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틈은 없다. "관계자 아니면 비키세요, 비켜요." 좋은 대게를 차지하기 위한 상인들이 예민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빨간 대개 군단이 금세 바닥에 깔리더니 크기별 분류작업이 재빠르게 이뤄진다. 그렇게 경매를 시작할 준비가 끝나니 모자를 쓴 경매사가 흥정에 나선다. 좋은 대게를 낙찰받으려는 상인들은 경매장에 가득 모여 집중을 한다.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입찰 금액을 적는 중매인들, 그리고 순식간에 낙찰자의 품에 안긴 대게는 손수레에 옮겨져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 대게는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 

◆꽉 찬 속살, 대게의 참맛을 알랑가 몰라
 

왕돌회수산 주인장이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울진대게(왼쪽)와 붉은대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울진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찜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덕이다.

식당의 주인장은 대게와 붉은대게(홍게)를 통째로 각각 큰 솥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20분간 삶는다.
 

대게의 참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대게찜[사진=기수정 기자]

20분의 시간이 두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애꿎은 반찬을 집어 먹으며 시간을 보내니 이내 커다란 대게와 붉은대게가 접시에 가득 올라온다. 

통통하게 속살이 올라온 대게를 먹기 좋게 손질해 상에 내오니 갑자기 일행들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재빠른 손놀림만이 정적을 대신한다. 
 

대게의 참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대게찜. 먹기 좋게 손질돼 한 상에 차려진다. [사진=기수정 기자]

지방이 많은 덕에 감칠맛이 좋아 참치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겨울 해산물 '방어'도, 제삿상에 올릴 정도로 귀하다는 '문어'도, 대게와 붉은대게 옆에서는 찬밥 신세다.

탱탱한 속살을 모두 발라 먹은 후에는 참기름과 김, 갖가지 채소와 대게 내장, 밥을 함께 비벼 게딱지에 담은 볶음밥을 먹는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넣고 끓인 해물탕도 별미다. 

울진 붉은대게와 소스를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인 게짜박이는 색다른 별미다.

게짜박이를 최고의 궁합은 누룽지 밥이다. 달짝지근한 게짜박이를 누룽지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한입 맛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그야말로 환상조합이다.
 

겨울이 제철인 방어회[사진=기수정 기자]

 

먹기 좋게 삶아진 참문어 [사진=기수정 기자]

밥과 대게 내장, 김가루, 참기름을 넣어 볶은 후 대게 딱지에 먹기 좋게 담아낸 게딱지 볶음밥[사진=기수정 기자]

게짜박이. 매콤 달콤한 양념과 게살을 자박하게 끓인 음식이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사진=기수정 기자]

게짜박이. 매콤 달콤한 양념과 게살을 자박하게 끓인 음식이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사진=기수정 기자]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찜[사진=기수정 기자]

경매장에 깔린 붉은대게들[사진=기수정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