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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생활 1년, 현재는 주인님 집에 얹혀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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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2-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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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세상에 집사는 많고, 각자 고양이를 입양한 사연도 다양하다.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과 교감한다는 건 그 자체로 맛깔나는 일이지만, 여기에 특별한 사연을 한 숟가락 둘러주면 삶의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고양이 용품으로 가득한 집사의 방.

최근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이목을 끄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길냥이에게 간택 당하고 1년 후,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 집에 얹혀사는 중"이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이 게재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집사가 올린 이 사진들에는 1년여 전 길고양이를 처음 만났던 때와 그 고양이의 집사로 사는 현재의 삶이 함께 담겨 있다.

특히 집사가 얹혀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양이 중심인 인테리어에 많은 집사가 감탄했다.

2층 침대를 설치하면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찍을 수도 있다.

그는 2017년 8월 비가 오던 날 집 근처 숲에서 울고 있는 하얀 길고양이와 처음 만났다. 몇 달 만에 대문 밖을 나선 그는 한눈에도 비쩍 말라보이는 고양이에게 밥을 건네고, 비를 피하게 도왔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커녕 슈퍼도 없는 작은 시골 마을, 길지 않은 수소문 끝에 누군가에게 버려진 고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손을 탄 고양이는 사람의 도움을 경계하지 않았고, 그날부터 낮에는 나름의 용무를 보러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예비 집사의 집으로 퇴근했다.

길냥이 시절 으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쥐, 도마뱀, 꿩, 참새를 물어 왔다. 집사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꽃무덤을 만들어줬다.

함께 잠들기를 며칠, 고양이는 '으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짐작했겠지만, 당시 집사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 으리를 발견한 뒤 조금씩 나아져 현재는 '살 맛 난다'는 게 집사의 설명이다.

집사는 으리를 만난 뒤 겪은 삶의 변화에 대해 "인간과 고양이라는 이종(異種)의 벽을 뛰어넘는, 우리 둘만이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으리 사진으로 제작한 달력.

그러나 일이 잘 풀리려면 한 번쯤 진통도 겪어야 하는 법이다.

하루는 으리가 밖에서 뭘 했는지 심하게 다치고 돌아왔다. 다 낫기까지 한 달여가 걸렸는데, 이 기간 집사가 마음고생으로 쓰러진 횟수만 3번이다. 집사가 으리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또 집사에게 으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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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도시로 이사한 집사를 따라 현재는 집냥이로 사는 중이다. 바깥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종종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을 만나면 화내는 일이 잦아 집사는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다른 동물에게 화내는 모습을 보면 온순하기만 한 성격은 아닌데, 유독 사람에게는 화내지 않고 귀찮게 해도 잘 참는다는 게 기특하다.

대개는 이를 두고 착하다며 칭찬하겠지만, 집사는 안타깝게 여겼다. 다시 버림받을까 참는 것 같다는 것이다. 간혹 "이이잉"이라며 짜증 섞은 어리광을 부릴 때 집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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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으리와 노는 게 가장 재밌고, 힘들 때 으리가 함께 울어주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된다"며 "고양이라는 존재에 빠졌다기보다는 (나를) 살려준 으리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차가운 길 위의 세상은 기억조차 나지 않게 해주고 싶다"며 "으리가 행복에 겨워하도록 줄 수 있는 건 모두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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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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