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 '포스트 하노이' 국면서 한층 커진 文대통령 중재역…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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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3-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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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분간 속도 조절 불가피…대북특사·남북정상회담 조기 추진 카드 솔솔

문재인 대통령. 이른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역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세기의 핵담판이 '노딜'에 그치면서 위기 때마다 등판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이 한층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1박4일 일정으로 방미길에 올랐다. 이어 판문점에서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과 미·중·일·러 등의 치열한 수싸움이 불가피한 만큼, 문 대통령은 '성급한 중재역'을 자임하기보다는 '회담 재구성→진의 파악→종합 평가' 등을 마친 뒤 중재역에 나서는 '정교한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하노이 회담 전부터 '노딜'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 외교라인이 낙관론으로 일관, 향후 과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靑 NSC·韓美 북핵 대표 회동··· 韓 역할론 부상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이번 주부터 '포스트 하노이' 논의를 본격화한다. 우선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하노이 회담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외교부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주중 미국을 방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미 실무 논의를 가동한다.

애초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하노이 회담 종료 직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비건 대표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필리핀 방문에 동행하면서 만남이 불발됐다.

두 일정이 포스트 하노이 회담의 신호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출범한 대북 제재 실무 협의체인 '한·미 워킹그룹'도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도 서서히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앞서 강조한 '한반도 운전자론'의 연장선에서 북·미 간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능동적이면서도 정교한 플랜이 아니면 미·중 등의 입김이 세지면서 '코리아 패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하노이 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이번 주부터 '포스트 하노이' 논의를 본격화한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南北정상회담·대북특사, 교착한 北·美 타개 카드

관전 포인트는 북·미 재교착 상태를 타개할 '카드'와 '시기'다. 가장 유력한 카드는 '서울 남북 정상회담'이다. 이는 지난해 말 추진했다가 제2차 세기의 핵담판 시계추가 빨라지면서 미뤘던 카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기점으로 남북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 카드로는 세 번째 '대북특사'가 꼽힌다.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통한 '남북 간 핫라인'을 재가동, 판문점에서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현 정부 들어 대북특사는 교착 국면을 푸는 '키'로 작용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대북특사단은 지난해 3월 방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막혔던 북·미 정상회담을 뚫었다. 같은 해 9월 대북특사단 파견은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추진이 이르면 이달 중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 전 선(先)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낙관론만 펼치던 문재인 정부의 '안이한 외교라인',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남북경협 카드' 등은 문 대통령의 입지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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