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포용성장 정책을 통해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지만, 저금리·저물가·저투자·저소비 등 한국경제의 4저 불황에 디플레이션의 경고음만 커지고 있을 뿐이다. [사진=자료실]
"경제가 무력감에 빠져드는데, 그 속도를 억제시키지 못하면 디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가계 소비도 억제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물가 흐름은 경기 침체 상황의 신호로 보는 게 맞습니다. 잠재성장률도 하강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비용충격(최저임금 여파)의 영향이 큰 만큼 정부의 재정 투입이 예고됩니다. 다만,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투입이 필요합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저금리·저물가·저투자·저소비 등 한국경제 4저(低) 불황에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은 저혈압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무색할 정도로 국민 체감경기도 얼어붙었다. 소모적인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국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세계경제를 탓하기에 앞서, 한국경제가 위기의 문턱 앞에 놓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소득주도성장을 선두로 전개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만 달러 위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349달러로 1년 전(2만9745달러)보다 5.4% 늘었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이라는 상징성인 만큼 문 정부 출범 2년차 목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국민은 최근 경제 흐름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저성장 입구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월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왔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경제는 저금리·저물가·저투자·저소비 등 4저 불황에 빠져들었다. 한·미 간 역전된 기준금리 부담에 한은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올린 뒤,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시켰다. 이는 국내 경제 둔화 우려를 씻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물가 상승 속도도 더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0.5% 상승에 그쳤다. 이는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한 상태다. 물가 상승폭이 낮으면 소비자 가계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도 하겠지만, 실상 상품 판매로 소득이 낮아지는 만큼 적당한 수준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상황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11·12월 기업 설비투자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지난 1월에는 2.2%로 반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기저효과 등 설비투자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낮다.
무디스 역시 한국경제 내수 침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최저임금 인상 리스크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다 보니,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비가 위축된다는 게 무디스의 분석이다.
여기에 양극화와 초고령화 현상도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소득 간극만 키웠을뿐더러 우리나라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노인이 차지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세계 경제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돌파구를 국내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높은 가계 부채 부담을 줄이고, 내수에서 자금이 순환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만들고 심리를 키워야 하는 게 현 시점에서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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