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서 동네 형 명의로 빌린 승용차 바다에 추락, 10대 남녀 5명 사망..현장에 스키드 마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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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빈 기자
입력 201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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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헌화로에서 가드레일을 뚫고 바다로 추락한 승용차를 경찰이 인양하고 있다. 이날 추락 사고로 10대 5명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에서 동네 형 명의로 빌린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해 10대 남녀 5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카셰어링 서비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릉 승용차 바다 추락 사망 사고는 강릉시 강동면 옥계면 금진리 심곡항∼금진항 사이 해안도로인 '헌화로'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26일 오전 6시쯤 금진항 횟집 거리에서 이들과 차량을 봤다는 주민들의 목격 진술을 근거로 사고가 오전 6시~오전 6시 30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는 26일 오전 6시 31분쯤 접수됐다. “차 한 대가 도로를 이탈해 바다로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해경은 표류 중인 승용차를 확인해 남녀 5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모두 사망했다.

강릉 승용차 바다 추락 사고로 사망한 5명은 김모(19·동해시)군 등 남성 3명과 김모(18·동해시)양 등 여성 2명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숨진 김양에게서 언니의 신분증이 나와 한때 사망자 가운데 유일한 대학생으로 알려졌지만 유족 확인 과정에서 동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숨진 상태로 발견된 10대 5명의 신원 확인 중 본인의 신분증이 아닌 것이 나와 일부 신원파악에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차를 빌려 강릉 방향으로 달리다 헌화로 급커브길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3m 아래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망한 10대들이 유명 카셰어링 업체의 차량을 이용하려고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동네 형 A(22)씨의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모(19)군 등은 이날 오전 4시 40분쯤 동해시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카셰어링 차고지에서 흰색 코나 승용차 1대를 빌렸다. 차량 이용 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4시~오후 7시였다.

해당 카셰어링 업체의 차량을 이용하려면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1년 이상이어야 예약 또는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중 2명은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이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동네 형 A씨의 명의를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2시간여 후인 오전 6시 31분쯤 이들이 이용한 승용차는 헌화로 인근 바다로 추락한 채 발견됐다.

이들이 이용한 카셰어링은 기존 렌트 방식보다 차를 빌리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절차가 철저하지 못했다. 대면 확인 없이 원격으로 결제부터 차량 인수가 가능해 어른 계정으로 10대 청소년도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카셰어링 가입 시 등록한 휴대전화 기기로만 예약과 이용을 할 수 있게 하는 디바이스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헌화로는 해안 절벽 아래를 따라 커브를 돌 때마다 숨겨진 비경이 그림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동해안의 정취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드라이브 코스다.

헌화로는 지난 1998년 개설됐다. 바닥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바다를 끼고 있어 유명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개설 당시 가드레일의 높이가 1.2m였지만 2008년 너울로 파도로 도로가 훼손된 것을 계기로 보수공사를 해 0.7m로 낮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바닷물에 부식되는 철제 난간을 FRP 소재로 바꿔 녹이 슬거나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턱이 낮고 가드레일이 쉽게 부러지는 소재여서 이날 추락 사고를 막지 못했다.

주민과 경찰은 차량이 속력을 낼 구간이 아닌 심한 커브길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

이날 아침 산책을 하다 차가 바다에서 전복된 것을 목격한 주민 이희왕(66)씨는 “여기서 추락 사고가 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급브레이크에 의해 생기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없는 것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CCTV 화면을 확인해 누가 운전대를 잡았는지,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쪽 도로가 급커브가 많아 매우 위험하지만 심한 커브로 빨리 달릴 수 없기 때문에 평소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며 "운전자가 커브 길에서 (핸들을) 꺾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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