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 1.75%는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2월 우리나라 재정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더 확장적일 필요가 있다”며 “통화 정책도 완화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부의 추경이 이뤄질 경우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보고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추경에 따른 성장률전망치 변화에 대해서는 “추경을 곧바로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며 현재까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추경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추경이 되더라도 언제 편성이 되는지, 용처가 어디인지에 따라서 전망에 반영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달 4월에 있을 수정 경제전망에 추경을 곧바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화폐거래단위 축소(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언한 것과 관련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리디노미네이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해서 그야말로 원론적인 말씀을 드렸다. 논의할 때는 됐다고 말했다”며 “다만 그런 논의가 이뤄질 여건이 됐다는 뜻에서 말씀드린거지 지금, ‘롸잇 나우(right now)’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장점 못지않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어 컨센서스(공동체 구성원의 동의) 없이 추진하면 조치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수 있고,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 논의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돼 있을 때 가능하다. 한은은 준비는 돼 있지만 그 논의를 먼저 주도하려는 의도로 말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목표치를 미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주요국의 공급과잉과 국제유가 급락, 낮은 임금상승률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했고, 온라인거래 확산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면서 “여기에 수요부진과 더불어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석유류 및 농산물가격 약세와 같은 일시적인 공급충격도 추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당분간은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하다가 공급측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1%대 중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 이 총재는 우려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관련 전문기관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최근 반도체경기는 일시적인 조정국면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서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은’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그야말로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그리고 속도도 조금 더디게’ 이런 견해가 나오고 있다”면서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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