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결정에 들썩인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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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4-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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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에 한 증권사 직원에게 주식시장에 영향이 있을 지 물었다. 그 직원은 "원래 주식시장이 단순하잖아요"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피임 관련 종목의 주가가 들썩였다.
 

[그래픽=아주경제]


◆피임약·콘돔업체 주가 널뛰기

15일 오전 10시 20분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약품은 전일 대비 0.19% 하락한 52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지난 12일 개장과 함께 15% 넘게 뛰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규정을 66년 만에 손보기로 하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 회사는 응급피임약을 생산하는 업체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후피임약이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약품은 12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6번째로 거래량(1043만8010주)이 많았다. 이날을 제외한 올해 평균 거래량은 약 41만주이었다. 거래대금도 시가총액(1696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605억8500만원에 달했다.

다만 강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는 12일 장중 하락 전환한 이후 2.57% 하락한 5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금까지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휴마시스 주가도 4월 12일 장중 2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종가는 184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27% 빠졌다. 이 회사는 임신 진단 테스트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같은 날 콘돔 제조업체인 바이오제네틱스 주가도 3.73% 하락 마감했다. 바이오제네틱스는 지난해 유니더스에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4월 11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환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뒤늦게 들어와 물린 개미

'낙태죄 위헌' 관련주로 단기 차익을 노리려던 투자자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 종목이 장 초반 급등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약품에서 개인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55억3000만원어치를 샀다. 11일에는 주가가 7.30%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12일 하루에만 12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개인은 휴마시스와 유니더스도 12일 하루 동안 각각 3억5400만원, 6억3000만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종목에서 외국인은 3억3500만원, 4400만원어치 팔아치웠다.

일반적으로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과는 관계없이 특정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 테마주 투자를 투기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현대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12억240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휴마시스는 10억32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테마주를 찾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개별 종목이나 테마주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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