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십번 자소서 되새김질한 그녀…“대기업보다 중견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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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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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우수 중견기업 모인 채용박람회…청년 구직자 북새통

면접이 진행되고 있는 부스 안은 긴장감이 넘쳤다.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기다리는 내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적어온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고 되새김질 했다.

“2년 가까이 취업 준비를 해도 입사한다는 보장이 없는 대기업보다 견실한 중견기업에 입사해 경력을 쌓는 게 더 낫다.”

대기업 취업을 꾸준히 준비해오던 김은영(가명‧여·28·성북구)씨는 그간의 힘듦이 생각났는지, 단호한 표정으로 간이면접장이 마련된 한 중견기업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이직을 준비하는 도중 이번 중견기업 채용박람회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면접.

김씨는 “제조업에 취직하길 희망해 오늘 중견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면접을 봤다”며 “생각보다 급여와 복지가 만족스러운 중견기업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면접을 본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번 현장면접에서 주의 깊게 본 점은 면접자의 성실성과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다며 “제조업 특성상 수출 관련 일로 해외 업무가 잦은 만큼 글로벌 마인드를 겸비한 인재를 원한다. (지원자는 면접을)충분히 잘 해냈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중견기업 일자리 드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이미지 컨설팅과 직업심리검사 등 부대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가 모처럼 청년 구직자들의 방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13일 열린 중견기업 채용박람회는 월드클래스300, 일자리으뜸기업 같이 내로라하는 국내 중견기업 90개사가 청년일자리 해소에 도움이 되고자 뜻을 모은 자리였다.

이날 4000여명의 젊은이들은 평생 자신의 둥지가 될 회사를 찾기 위해 전시장을 가득 채운 중견사를 분주히 오갔다. 그동안 중견기업 채용정보에 목말라하던 구직자들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갈증을 해소했다.

이영철(가명‧남‧26‧종로구)씨는 “예전에 원자력 일자리 박람회를 갔었는데 그때보다 규모가 크고 정보가 많은 거 같다”며 “준비를 철저히 해온 구직자가 (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신입 지원자뿐 아니라 다수의 경력 지원자들이 박람회를 방문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우리는) 채용 상담을 진행했는데 마케팅과 영업 관련 경력 지원자가 (행사에) 많이 방문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로 인재채용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됐다는 업체도 있었다. 현장면접을 진행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요즘 업황이 어렵다보니 공개채용이 부담스럽다. 수시채용으로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며 “영어면접을 진행했는데 역량을 갖춘 면접자가 많았다. 부족한 인력을 이번 행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대했다.

가상현실(VR) 면접체험, 인공지능(AI) 자기소개서 컨설팅, 이미지 컨설팅, 직업심리검사 등 다양한 체험존은 참가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중 이미지 컨설팅과 직업심리검사 부스는 행사 내내 구직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부대행사에 참여하는 고등학생도 행사장 곳곳에서 보였다. 고등학생 참가자들은 학교 취업지도부 통솔 아래 1개 반당 약 5명씩 방문하거나 컴퓨터전자과, 전기전자과 등 과별로 박람회에 참석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번 박람회에 대해 “가상 면접, 심리검사 등 다양한 체험을 경험하고, 몰랐던 기업을 알게 되고, 관심 있던 기업의 복리후생 등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 고등학생 참여자들은 현장면접에 대해선 다소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한서연(가명‧여‧19‧성북구)씨는 “회계 분야에 관심을 두고 진로를 고민 중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우리들이) 현장면접을 볼 수 있는 곳이 4곳 정도 밖에 없었다”며 “그마나도 운전면허, 영어자격증 등이 있어야 현장면접 신청이 가능했다”고 토로했다.

노원구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성구(가명‧남‧19)씨는 “조건이 맞지 않아 (우리 중에) 현장면접을 경험한 사람은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참가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에 고등학생들이 유독 많았는데, 현장면접 기회는 없었다”며 “다양한 경험뿐 아니라 실질적 혜택을 주는 박람회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생 참여는 참가자 머리수를 채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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