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김태한 사장 다음 차례로 여겨졌던 인물들에 대한 소환이 빨라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는 검찰의 수사속도가 오히려 빨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과 관련해 김태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검찰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논의한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하는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두 사람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김 대표에게도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았다.
사실상 ‘어린이날 회의’의 주재자는 김 대표가 아니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겉으로는 영장기각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검찰도 내심 법원의 판단을 반기는 표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가는 길이 오히려 단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를 주재한 인물이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팀 사장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주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모 부사장(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직속 상급자다. 직속상사는 아니지만 김 부사장과 함께 구속된 박모 부사장(삼성전자 인사팀)의 상급자이기도 하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김 대표보다는 오히려 모회사 임원인 정 사장이 증거인멸을 지휘했고, 김 대표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만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 사장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직속라인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한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과의 관계 쯤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구속된 두 부사장을 소환해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증거인멸의 ‘윗선’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정 사장에 대한 소환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