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언론인 심포지엄] ② 갈등 상시화 시대 한일관계 해법은?

한일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됐고, 일본기업에 배상을 요구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개토대왕함의 일본초계기 사격레이더 조준문제로 한일 국방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한일정상이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제7회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과 일본의 언론인이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다. 이 자리에 참석한 30여명의 한일 언론인과 학자들은 5시간 동안 한일관계 언론보도와 미래비전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 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제7회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한국과 일본 언론인, 학자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제공=한일미래포럼]

그동안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화해와 갈등을 반복했던 한일관계의 특성이 2010년 이후 사라지면서 갈등이 상시화(常時化)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7일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열린 ‘제7회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에서 “2010년대 이후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과거사 처리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시각이 선명하게 대립하면서 역사 갈등이 상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시각 대립은 과거사 문제를 넘어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 인식에 대한 온도차로 이어져 이해관계에 괴리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이 괴리가 과거사 문제와 연동돼 한일 간의 전략적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조 교수는 갈등 상시화 시대에 한일관계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3가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사 직시와 상호협력을 병행해 ‘지배-피지배’라는 기억에 집착하는 과거 회귀적인 발상이나 미래의 밝은 협력만을 강조하는 이분법적 접근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자간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다자적 관점에서 한일 간의 상호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한일 간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기업, 학자 등 다층적인 인적문화교류는 정치적 외교적 마찰을 완화시키는 요소가 된다”며 “정부주도에서 시민사회로 한일관계 역할의 주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현재 한일관계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냉정체제가 끝난 뒤 한국과 일본은 구심점이 될 공통분모가 사라졌다"면서 "중국과 북한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을 펼치는 한국과 압력을 가하는 일본, 중국을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안요소로 보는 일본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정화 요소로 보는 한국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오랜시간 동안 경제정체와 대지진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반면,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국제적 지위가 오르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겨 일본에 대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은 그런 과도기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성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오쿠조노 교수는 "냉전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한국은 일본에게 중요하며, 한반도가 중국 쪽으로 기울어 '친중반미' 국가가 되면 그것은 일본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있었서는 안되는 일"이라면서 "중장기적 시점에서 한국의 중요성 인식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사진 왼쪽)와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사진 가운데)가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일미래포럼]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한일관계 대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문재인 정권은 큰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과거사는 관리하면서 새로운 신한반도체제와 신동북아체제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는 투트랙 제안을 하고 있는데, 일본은 철저하게 원트랙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작년 10월에 김대중 오부치 선언 20주년 기념식에 아베 총리가 예정에 없이 나타나 기념사를 했을 때,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움직임을 보면 실망시킬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G20가 한일관계를 변화시킬 계기가 되고, 일본 외교의 갈라파고스화를 탈피할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한국은 안와도 좋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배종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방의 부상을 경계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도 그것은 오히려 한일관계가 가까워진 반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배 교수는 "역대 최악이라는 한일관계 평가가 보편적이지만, 국교수립 후 한일관계 자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에 차별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 시각차를 방치하거나 미봉적인 태도로 어설프게 대응한다면 그것은 미래 시점에 언제라도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적절한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논의를 비관적으로 보기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