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부상자 속출에도 “20일까지 심의 마치겠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정부청사 인근 도로를 점거한 수만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정면 충돌하면서 72명이 부상을 당했다.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 곤봉 공세에 시위대가 벽돌, 우산, 유리병 등으로 맞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 심의는 연기됐다.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정부가 법안 처리를 포기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밤 배포한 동영상 성명에서 "이번 시위는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이라며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그는 "일부 시위대는 위험하고 치명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며 "방화에 날카로운 쇠막대기를 사용하고 경찰에 벽돌을 던졌으며, 공공건물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시위대를 지지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 갈등으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NN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를 이해한다”며 “이 문제를 중국과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홍콩에서 벌인 시위는 이 법안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거들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하원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홍콩에 많은 수의 영국인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의 잠재적인 효과가 우려된다"며 "영국은 과거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영·중 공동선언에서 제시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키는 것은 홍콩의 미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발끈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친중 인사들을 인용해 "경찰이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더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을 써야 한다"며 강경 진압을 촉구하기도 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 내의 일"이라며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해 온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콩 야당과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反)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송환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9일에는 홍콩 시민 103만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