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창업 상쇄한 노동현안’ 꼬여버린 中企정책…“유연성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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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06-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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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창업‧일자리‧수출‧투자’ 성과 거둬

  • 노동현안 리스크는 부각…성장동력 적극 지원 필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의 경제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창업‧투자가 활발해졌다. 유니콘기업은 1년 새 6개나 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정책이 마중물 역할을 적절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현안이 중소기업계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성과는 빛이 바랬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상했지만, 중소기업에게 가장 예민한 노동비용 상승이 경영에 직격탄을 때리면서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중소기업 정책이 꼬여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혁신창업 방향은 유지‧강화하되,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창업‧일자리‧수출‧투자’ 성적표 좋은 중소기업…1년새 유니콘기업 3개→9개 급등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출은 최근 2년 연속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는 역대 최대 수출액(1146억 달러)을 달성했다. 주력품목 10개 중 6개 품목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수출기업(9만4589개) 역시 역대 최고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기준으로 보면, 일부 품목‧국가에 수출이 쏠리는데, 중소기업은 품목과 국가가 상대적으로 편중되지 않고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창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창업기업은 134만개로 전년과 비교해 7%(9만개) 늘어 2년 연속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기술기반업종 창업(21만개)이 15.8%를 차지하고, 2년째 전년대비 증가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의 기준으로 본 기술창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형태로, 제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사업지원서비스 △교육서비스 △보건‧사회복지 △창작‧예술‧여가서비스)을 합친 개념이다.

이번 정부 출범 첫해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는 3조424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7년(2조3803억원)과 비교해 43.9%나 급등했다. 벤처펀드 조성(4조6868억원)과 회수 규모(2조6780억원) 모두 사상 최고치다. 정부는 2017년 추경에서 모태펀드 재원투입을 8000억원으로 늘렸다. 증가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1~5월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1조2928억원) 대비 15.2% 증가한 1조4894억원으로 이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창업‧투자 확대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벤처투자 기업 1072개사는 4만1199명을 고용해 전년보다 19.4% 증가한 6706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또 중소기업(5~299인) 취업자는 분기 기준으로 2005년 4분기(-5만5000명) 이후 53분기 연속 전년 동기대비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업체 지피클럽은 지난 24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유니콘기업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국내 유니콘기업은 2014년 1개, 2015년 2개, 지난해 6월까지 3개였는데, 1년 만에 9개가 됐다. 미국‧중국‧영국‧인도에 이어 독일과 함께 세계 5위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유니콘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신규 벤처투자와 신설법인 수가 증가하면서 벤처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성숙되고, 제2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수부진 속 최저임금‧52시간제 등 노동현안은 위협요인

통계 숫자로 본 중소기업의 성적표는 선방했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잖다.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노동현안이 가장 먼저 꼽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생산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짧은 기간 노동비용이 오르다보니 경영 상 어려움이 누적됐다. 중소기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배경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지만, 사용자위원 9명의 전원 불참으로 파행했다. 재적 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8명만 참석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과 월 환산액 병기 안건이 가결된 데 대한 반발이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6월 27일)을 넘겨도 최저임금 고시시한은 8월 5일이라 다음달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된다.

최저임금 논의는 매년 파행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사용자 측의 반발이 예년보다 강한 편이다. 이는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해 소상공인‧영세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하반기 경영전략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경영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사안 중 최저임금 급등이 51.6%로 가장 높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위험도 38.4%로 나타났다. 하반기 주된 애로요인(복수응답)은 △내수부진(68.4%) △인건비 상승(50.7%) △매출감소(41.5%)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이달 18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세 중소기업의 80.9%가 최저임금 인하 또는 동결을 호소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노동현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영세 소상공인 및 뿌리산업 13개 업종 대표’들은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충분한 시간확보가 필요하다며 탄력‧선택근무제 등 주52시간 현장안착을 위한 유연근무제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획일성 벗고 유연화 논의 본격화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관련 성과지표가 좋게 나왔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이 좋은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급격한 노동부문의 진전으로 인력 미스매치나 생산성 하락 등의 우려감이 커졌다고 걱정했다. 이에 노동정책 등은 유연성을 갖고 논의에 착수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등을 대비한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장 모습.[연합뉴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중소기업 수출은 대기업 연계 공급이 적잖아서 직접수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봐야 하고, 환율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창업‧벤처도 절대 수가 아닌 성공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등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 관련 수치만 보고 상황이 좋다고 예단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일으킬 여건 조성을 계속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업종에 정부가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향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노동현안에 대해 홍 교수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는 중소기업계에게 앞으로 닥칠 일이다. 정부가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중소기업의 부담을 낮춰줄 사전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게 곧 고용을 창출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대책이 중소기업에게 단순히 자금만 대주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중소기업 차원에서 부족한 부분은 대기업과 연계해 발전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줘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옥죄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현안이 심화되면) 산업별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외국인인력정책 등을 포함해 획기적이고 세밀한 인력수급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조선업 근로자는 힘든 일이라도 연장근로에 따른 총수입이 많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을 해 왔는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이상 조선업처럼 힘든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결국 서비스 등 다른 산업으로 인력이 이동하면서 산업 간 인력 불균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때 대‧중소기업 간 정책 수혜에 따른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주52시간제의 문제는 규제의 획일성인데, 특별한 사정을 염두에 둔 유연화 논의도 본격화해서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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