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는 남북경협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해 온 사안이다. 지난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 이후 입주기업인들은 8번이나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신청했지만 통일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5월, 9번째 신청에서야 방북을 승인받았지만, 이마저도 북측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애만 태우는 상황이 지속됐다.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적인 만남으로 급반전됐다. 구체적인 합의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대북제재 완화가 논의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초소(OP)에 방문해 "개성공단은 한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간 곳이다. 남북 경제에 도움이 되고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사업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기대는 했지만, 워낙 급작스럽게 이뤄진 회담이었다. 향후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북한 측의 승인만 남아 있기 때문에) 방북은 이달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연내에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으면 미국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상응조치를 이행하기로 했으니 (제재 완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 가능성을 다 열어놔야 한다”며 “가능하면 조속히 실무협상을 시작해 정상회동의 힘을 받아야 한다. 어떤 제재부터 해제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씩 협상한다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핵심은 비핵화에 달려 있다. 실무협상단에서 비핵화의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어떤 방식으로 수립하느냐에 따라 제재 완화와 남북경협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실무협상이 열린 뒤 비핵화 관련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봐야 하고,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짜야 한다”며 “제재 완화는 이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고, 포괄적 비핵화가 선결되면 기존에 해왔던 개성공단 등 사업을 우선적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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