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한달]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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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8-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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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째를 맞았다. 특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불매운동 분위기가 잠잠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지는 상황이다. 맥주, 패션, 화장품 등의 주요 일본 브랜드 매출이 큰 타격을 받았고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니클로 입지 말자…아사히 맥주 마시지 말자"

일본 브랜드 가운데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주요 타킷이 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30일 백화점 매장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나 줄었다.

불매운동 초기 유니클로 일본본사 임원이 "(불매운동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후 전국 유니클로 매장 곳곳에서는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든 소비자들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일부 네티즌들이 유니클로 순찰대를 자처하면서 매장에 손님이 없는 사진을 올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는 두번에 걸쳐 사과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졌다. 택배노조에서는 유니클로 제품은 배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 그동안 큰 인기를 끌던 일본 맥주도 찾는 손길이 줄었다. 지난달 1∼29일 일본 맥주 매출은 편의점 CU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GS25에서는 40.1% 각각 추락했다. GS25에서 캔맥주 매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아사히는 이달 들어 7위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7월 기준 매출 7위와 9위를 기록했던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K-Ⅱ나 시세이도 같은 화장품 브랜드는 20%가량, 꼼데가르송과 이세이미야케 등 일본 패션 브랜드는 10% 이상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자동차 역시 구매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 "가지 않겠습니다" 일본 여행 80% 급감

본격적인 여흠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일본 여행이 급감했다.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2위 업체인 하나투어, 모두투어의 지난달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80% 급감했다.

수수료 부담에도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달 노랑풍선의 일본 여행 예약 취소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에서도 패키지 예약에 한해 일본 여행 취소 건수가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여행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다른 일본 노선에도 투입 항공기를 소형기로 전환해 좌석 공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투입 항공기를 기존 A330에서 B767·A321 등으로 변경해 좌석 공급을 축소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LCC)들은 일본 노선 공급과잉과 여행객 감소 등을 이유로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 시민들 자발적 참여가 이끄는 불매운동

이처럼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과거 시민단체가 운동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티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매운동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큰 파급효과를 보였다. 특히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들도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일본산 제품과 대체품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 '노노재팬(NoNoJapan)'도 등장했다.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60여개 정도였던 노노재팬의 불매운동대상 제품수는 지난달 말일 현재 132개까지 늘었다.

◆ 日언론 "한국을 너무 몰랐다"

일본도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다.

요미우리신문은 특히 이번 불매운동은 오래 가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선 해방 50년을 맞은 1995년 일제 담배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2001년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같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 단기간에 사그라졌다며, 2001년 당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매운동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연일 언론매체들이 불매 운동 확산을 보도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수출 규제를 가해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의 불매 운동 동참이 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여파로 지자체 교류 중단, 일본산 불매운동 확산, 방일 여행객 급감 등 경제, 문화 및 스포츠 영역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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