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애국펀드는 통일펀드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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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기자
입력 2019-09-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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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생수 한 병만 마셔도 할 수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물값 일부가 돌아간다. 이렇게 상품에 명분을 더해 파는 행위를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낯선 이름에 비해 실제로는 익숙한 판매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판매액 가운데 일부를 유방암 관련재단에 기부한다. 미국 탐스슈즈는 신발 한 켤레를 팔면 빈민국 어린이에게도 한 켤레를 보내준다.

애국도 상품에 붙이기 쉬운 명분이다. 증권가에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얼마 전 '애국펀드(필승코리아펀드)'를 내놓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틀어막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에 투자한다. 의아하게도 주가가 오를 만한 곳 대신 내릴 공산이 큰 곳에 투자하는 셈이다.

뜻밖에 잘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펀드에 100억원 넘게 들어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농협은행 점포를 찾아 가입했다. 뒤늦게 신한금융지주와 KB 금융지주도 애국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애국 바람이 증권가 전체에 불 조짐이다.

걱정이 있다. 기우일 뿐이기를 바라지만, 되풀이해온 실수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녹색성장펀드와 청년희망펀드, 통일펀드처럼 수익성보다는 명분에 무게를 둔 펀드가 나왔다. 이런 펀드는 한때 80개 이상으로 불어났다가 이제는 20개를 밑돈다. 돈을 못 벌어서다. 5년 평균 수익률이 -13%로 국내주식형편드(-7%)에 한참 못 미친다.

애국펀드가 얼마나 명분에 충실할지도 지켜보아야 한다. 한 증권사 직원은 "통일펀드가 대표적"이라며 "관심이 줄어들자 삼성전자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환매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려면 다른 펀드와 똑같아지게 마련이라는 거다. 이번에 나온 애국펀드는 다를까. 이미 대형주 비중이 10% 안팎에 달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할수록 대형주 편식은 심해지게 마련이다.

새로운 정부마다 새로운 펀드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도 1년 전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았다.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손실은 두 자릿수를 넘어서고 있다. 소신껏 펀드 출시 행렬에서 빠졌던 자산운용사만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한다. 물값 일부가 좋은 일에 쓰인다면 뿌듯할 수 있다. 펀드를 샀다가 손실을 보아도 그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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