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제에서 비롯된 일본발(發) 경제보복으로 안보 등 갈등 무대를 확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유력 외신을 통해 국제여론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한일 외교부 장관 및 당국자들은 그간 여러 국제회의 무대에서 자국의 입장을 피력해왔지만, 최근 외국 언론사와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기고문을 싣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자국 조치의 정당성에 대해 항변하고 있다.
특히 이런 양상은 한국이 지난달 22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시기 전후로 강해졌다.
먼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영국 공영 B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주요 20개국 회의(G20)에서 공정하고 차별하지 않으며 투명한 무역을 하자고 얘기한 지 단 사흘 만에 벌어졌다"면서 "매우 일방적이고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 측이 한국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역시 지난 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장문의 기고문을 싣고,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라는 제목의 글에서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으며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할 때 했던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해당 기고문은 바로 다음 날인 5일 태국 유력 영문일간지 방콕포스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외교부 대변인과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자 투고란에 기고문을 실어 양국의 입장을 설파했다.
우선 오스가 다케시(大菅岳史) 일본 외무성 보도관(대변인)이 지난달 23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수출규제 조치는 별개의 문제이고, (강제징용 피해자 등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자 WSJ 독자투고란에 글을 싣고, 일본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한편 무역에서 보복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과거를 완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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