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공급방식 추첨제서 설계 공모로 바뀐다...업계 판도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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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9-09-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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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반ㆍ중흥ㆍ우미 등 중견사 LH 아파트용지 싹쓸이 관행 줄어 고성장세에 영향 줄수도

  • 대형사 참여기회 늘고 설계ㆍ품질 경쟁 가열 전망…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승할 듯

[사진=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등의 공동주택용지 공급방식을 추첨에서 설계공모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공동주택용지를 독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변창흠 LH 사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개 기업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너무 많은 택지를 분양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을 규제하듯 많은 계열사를 동원해 공동주택용지를 추첨으로 분양받는 것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사장은 "땅값을 미리 정해주고 추첨으로 '운'에 맡겨 용지를 분양하는 것보다는 정해진 값에 보다 훌륭한 설계안을 들고 오는 업체에 토지를 분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며 "LH가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는 앞으로 설계 공모형 공급 방식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이미 행복주택과 민간참여 공공분양에서 일부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공택지 입찰 때 사전 설계공모를 받아 품질 경쟁을 유도하고 수요자들의 선택 폭을 넓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LH의 공동주택용지는 현재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건설사나 아파트 브랜드 등에 상관없이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는 등 과열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LH는 2017년부터 30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과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에 1순위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에 LH가 추첨에서 설계 공모로 공급방식을 바꿀 경우, 중견사들의 공동주택용지 중복 낙찰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품질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들의 낙찰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호반건설이 올해 시공능력 순위 첫 10위권 업체로 발돋움하는 등 최근 두각을 나타낸 중견 건설사들의 눈부신 성장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에 기반을 뒀던 이들 중견기업은 최근 수도권 공공택지를 대거 분양받아 활발한 주택사업을 펼쳐왔다.  

아울러 획일적인 아파트 설계에서 벗어나 입찰 참여 업체 간 설계 및 품질 경쟁을 유도하는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다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H가 분양한 아파트 용지(473개) 중 30%(142개)가 중흥건설(47개)과 호반건설(44개), 우미건설(22개), 반도건설(18개), 제일풍경채(11개) 등 5개 건설사에 돌아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건설사(7827개)의 0.06%가 신도시·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 30%를 가져간 것이다. 이들 건설사는 시공 능력이 없는 수십개 계열사를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벌떼 입찰' 수법을 사용했다.

경실련은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건설사들은 페이퍼컴퍼니를 무분별하게 늘려 왔다"며 "현재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은 공공택지 조성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건설사들의 불법 거래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LH는 페이퍼컴퍼니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기존에 주택건설사업 등록만 하면 참여가 가능했던 자격 조건을 2017년부터 주택건설사업 등록과 함께 300가구 이상의 준공 실적,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확인해주는 시공능력 확인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 건설사 계열사들이 건설 호황기를 통해 LH의 입찰 조건을 맞추면서 현행 방식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규정이 강화됐지만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지난 몇 년간 주택시장 호황기를 이용해 계열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춰 놨다"면서 "또 입찰 참여 조건은 되지만 전매 금지 조건에는 시공능력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계열사 간 택지거래를 통해 편법 승계를 하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LH가 공급하는 행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 등은 매년 공모를 통해 설계사를 선정하고 있다. LH는 지난해 전국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총 108개 블록에 건설하는 공공주택 5만1272가구에 대해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도시 경쟁력 강화와 특정 건설사 집중을 막기 위해 민간에 분양하는 공동주택용지도 정해진 값에 보다 훌륭한 설계안을 들고 오는 업체에 분양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토지 매각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입찰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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