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 격화 속 동아시아 세력 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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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11-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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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주최 제6회 한·중 정책학술회의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하면서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가 미·중으로 양분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

동아시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제 보복 도발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훈풍이 불던 남북관계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정체를 맞았다. 중국도 홍콩과 대만의 반(反)중 감정 격화로 인한 시위와 도전에 부딪혔다.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이 모든 일에 미국이 연결돼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면서 동아시아가 양국 경쟁의 각축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시기에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중 전략경쟁의 향후 전망과 한·중의 선택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외교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후원한 ‘제6회 한·중 정책학술회의’가 31일 아주대학교 율곡관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는 △미·중 전략 경쟁 전망: 함의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 △미·중 전략경쟁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 △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안정, 한·중 관계에 대한 함의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수석 부의장이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미·중 대결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통 우방인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했으며 전면적 전략동반자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학술회의에서 의미 있는 대응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중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31일 아주대 율곡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한-중 정책학술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제공]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동아시아 국가 선택 기로에 설 것"

이날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미·중 대결이 장기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은 동아시아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체계 구축 강화와 중국의 동반자 관계 강화의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고 미국도 이에 맞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동맹체계 확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청 부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 상황에서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대다수 미국 동맹국의 최대 무역국이 중국이라는 이유에서 미국의 동맹 체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도 “미국이 스스로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이 미국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긴 쉽지 않지만, 동아시아 지역에 국한된다면 중국이 상당한 수준으로 미국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신 전 대사는 미·중 대결이 심화하면 무력충돌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무대는 대만이 될 것”이라며 최근 미국이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고, 중국의 대만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론도 나왔다. 장퉈성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학술위원회 주임은 "미·중이 경제와 안보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해도 전면적 대결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평화 발전과 개혁·개방의 길을 견지하면서 미국과의 상호 존중 등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韓, 장기적 국익 고려해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이 상황에서 중국은 기존과 다른 경제 성장 모형을 택하고 있다”며 “투자·수출 중심에서 소비와 기술에 의존하는 리밸런싱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책이다. 신 전 대사는 “한국의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상황에 따라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장기적인 국익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인·태 전략과 한국의 신(新)남방정책을 연결하는 방안을 찾고, 중국과 일대일로를 통한 협력강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자 전 외교부 정책기획관은 미·중 대결이 한반도체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중 경쟁으로 인해 양국이 북핵 문제에 기울일 수 있는 관심이 약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북한 정책의 깊은 연구를 통해 공통분모를 적극 발굴해 확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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